정 회장은 1999년 4월 진승현(陳承鉉) 전 MCI코리아 부회장의 도움으로 회사 소유의 고려산업개발 신주인수권을 팔아 50억 원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횡령)를 받고 있다.
진 씨는 정 회장에게서 신주인수권을 헐값에 넘겨받아 자신의 회사인 리젠트 증권에 비싸게 팔아 비자금을 만들어 줬다.
당초 검찰은 정 회장이 이 비자금을 현대산업개발의 지분을 사들이는 데 쓴 것으로 보고 조사해 왔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신주인수권 거래를 주도했던 당시 현대산업개발 재무팀장 서모 씨가 이 돈을 가로채 미국으로 이민 간 것을 밝혀냈다.
서 씨와 정 회장은 서울 Y고 동기동창생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정 회장의 사실상 ‘자금 관리인’이었던 서 씨는 비자금 50억 원을 무기명채권으로 바꿔 보관했다. 서 씨는 정 회장에게 “문제가 생겨 진 씨가 돈을 돌려 달라고 한다”고 말하자 정 회장은 그렇게 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비자금 조성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돈을 돌려준 것 같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문제는 진 씨 몫(절반가량)까지 포함된 50억 원을 서 씨가 중간에서 ‘꿀꺽’한 것. 검찰은 최근 정 회장이 제출한 채권번호를 토대로 자금 추적을 했다. 이 돈은 2003년 현금화돼서 서 씨의 두 딸 계좌에 각각 25억 원씩 입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대출 혐의 등으로 구속 수감된 진 씨는 2003년 정 회장 측에 자신의 몫을 요구했다. 정 회장은 그때서야 서 씨가 중간에서 돈을 가로챘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정 회장은 진 씨의 입을 막기 위해 자신의 주식을 담보로 대출 받아 15억 원을 건넸다.
검찰은 어쨌든 정 회장이 서 씨와 사전에 짜고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조만간 정 회장을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1999년 12월 신세기통신 주식 매각을 통해 남긴 200여억 원의 시세 차익도 서 씨가 자신을 속여 몽땅 가로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최광식(崔光植) 전 경찰청 차장을 18일 다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최 전 차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곧 기소할 방침이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