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특급 주거지’로 알려진 남구 봉선동의 새 아파트로 옮겨갈 꿈에 부풀어 있던 최모(36·자영업·북구 우산동)는 올 2월 아파트 시행사 겸 시공사인 H건설㈜ 측으로부터 뜻밖의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자신이 계약한 105동 1××호(56평 형, 분양가 2억9000여 만 원)에 발코니 확장 및 친환경마감재 ‘샘플하우스’가 설치돼 있으니 둘러보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우편으로 배달된 것.
최 씨는 “분양계약자와 상의 한 마디 없이 샘플하우스를 설치해 놓고 구경이나 하라니 믿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사 측 관계자를 만나 항의했으나 사과를 받기는커녕 “뭐가 잘못됐느냐”는 핀잔에 가까운 말을 들었다.
최 씨는 이후 “샘플하우스 무단 사용에 대한 건설사의 입장과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한 보상방침을 밝혀 달라”는 편지를 내용증명으로 건설사 측에 보냈다.
건설사 측은 지난달 초 답변서를 통해 “현장 운영상 공사기간에는 형편에 따라 어느 동 어느 호수를 어떻게 활용하든지 계약자와 협의할 사항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측은 이어 “준공 때까지 당초 설계대로 완공한다면 별 문제가 없다”며 “이 아파트의 준공일은 올 10월 말이므로 입주에 차질이 없도록 원상 복구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최 씨는 이에 대해 “보름이 넘도록 수 백 명이 드나든 아파트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건설사 측의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회사는 전시 차량에 대해 전시용으로 사용한 기간을 미리 밝히고 그에 상응하는 할인 혜택을 주는 마당에 이런 일이 건설사의 관행인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주택공산품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계약당사자 입장에서는 같은 분양가를 내고 똑같은 대우를 받았다고 할 수 없는 만큼 원할 경우 재시공 등 건설사의 보상조치가 있어야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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