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관련 사건 수사를 조기에 마무리하거나 지방선거 이후로 늦추려는 검찰의 기류에 대해 일선 검사들은 강한 이견을 나타내고 있다.
전체적으로 검찰 내부적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朴英洙)는 24일 정몽구(鄭夢九) 회장을 소환해 조사한 뒤 다음 주 후반 정 회장과 정의선(鄭義宣) 기아차 사장 중 최소한 한 사람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채동욱(蔡東旭)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현대차그룹 비자금 수사가 마무리되면 비자금의 용처와 김재록(金在錄·46·구속기소) 씨 로비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계획”이라며 “수사 일정은 지방선거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 부자와 관련해 그는 “엄정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데 포함된다”며 “이번 사건에 맞는 결론을 내도록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일선 수사 검사들은 기업 수사의 변화 조짐에 대해 “비리를 보고 어떻게 수사를 중단하라는 얘기냐”며 볼멘 표정이다. 이들은 “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오히려 투명성을 높여 전체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검찰 지휘부는 경제적 악영향을 우려하는 일부 국민 여론을 다분히 의식하는 것 같다. 게다가 선거전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정관계 로비 수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한 검찰 간부는 “국민 여론이 기업에 대한 수사를 조속히 끝내 달라는 것 아닌가”라며 “선거를 앞두고 자칫 (수사가) 정치 공방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24일 정 회장 소환 조사를 끝내면 최대 고비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 부자 가운데 누구를 구속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
검찰은 아직 이에 대한 결론은 내리지 않았으며, 정 회장에 대한 조사를 끝내고 수뇌부와 수사팀이 모여 격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팀은 현대차그룹의 최고책임자이면서 비자금 조성과 집행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정 회장을 구속해야 한다는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지휘부에서는 현대차그룹 경영과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정 사장 구속으로 사건을 마무리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 부자와 별도로 비자금 조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정몽규(鄭夢奎) 현대산업개발 회장 처벌 수위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처벌 의지가 강한 듯하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이 사법 처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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