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읍에서 남쪽으로 35km 떨어진 이 곳은 육지와 내나로도, 외나로도를 잇는 다리 2개를 건너야 갈 수 있는 고흥반도 최남단이다.
포크레인이 굉음을 내며 부지런히 터를 닦는 가운데 덤프트럭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쉴 새없이 오가고 있었다.
골조가 짜여지고 있는 우주체험관을 지나 5분 정도 차로 달리자 산 중턱에 있는 15m 높이의 발사통제동(지하 1층, 지상 3층)이 나타났다. 인공위성 발사와 관련된 모든 작업을 총괄 지휘하게 될 이 곳에선 전기설비와 내부 마감재 설치 공사가 한창이었다.
발사통제동을 짓고 있는 경남기업 임환철(38) 과장은 “머지않아 이 곳에서 로켓을 쏘아 올리고 환호하는 한국인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며 “한국 최초의 우주센터를 건설한다는 근로자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 1.8km 정도 떨어진 곳에는 발사대 터가 이미 평평하게 다져져 있었다. 해발 160m 높이의 바위산을 깎아내 1만4000평 짜리 터를 다지는 데 1년 반이 걸렸다. 발사장비는 내년 9, 10월경 세워질 예정이다.
2003년 착공된 고흥 우주센터는 외나로도 하반마을 일대 150만 평(시설부지 8만8000평)에 2650억 원을 들여 건설되고 있다.
우주시대의 전초기지가 될 우주센터에는 위성발사대와 발사통제동, 추적레이더, 발사체 조립시설, 광학추적시설, 우주체험관 등 우주항공 핵심시설이 들어선다. 150km 떨어진 제주 남제주군 표선면에도 우주센터에서 쏘아 올린 위성을 실시간 추적하고 자료를 수신하는 제주추적소가 건설되고 있다.
이날 현재 공정은 토목 68.2%, 건축 54%. 예정대로라면 내년 상반기에 모든 공사가 끝나고 핵심 설비 시험 운용을 거쳐 내년 말 우리 기술로 개발한 100kg급 과학기술위성 2호가 발사된다.
세계에서 우주센터를 갖춘 나라는 12개국뿐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13번째로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우주센터 운용국가가 된다. 동북아시아에서는 중국이 4곳의 발사장을 가지고 있으며 일본은 가고시마(鹿兒島) 등 2곳에서 우주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기술위성 2호를 지구 저궤도에 올리는 로켓은 한국과 러시아가 협력해 만들고 있다.
‘KSLV(Korea Space Launch Vehicle)-1’로 명명된 이 로켓은 1단 액체엔진과 2단 고체모터로 구성되는 2단형으로, 총길이 33m에 최대 중량이 140t이다. 액체엔진은 러시아가 주도로 개발하고 있으며, 고체모터는 한국이 만들고 있다.
민경주(閔庚宙·53)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센터장은 “우주센터는 우리가 만든 발사체로 우리가 개발한 인공위성을 우리 땅에서 발사한다는 의미”라며 “로켓을 성공적으로 개발한다면 선진국과 기술 격차를 상당히 좁힐 수 있다”고 말했다.
우주센터 완공이 다가오자 ‘국내 우주항공 산업의 메카’를 꿈꾸는 고흥군도 바빠졌다.
2년 전부터 우주항공축제를 열고 있는 고흥군은 우주항공산업을 바탕으로 청정해역과 다도해를 아우르는 인간 친화적인 관광레저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고흥군 우주항공센터지원사무소 박준희(朴準熙·43) 소장은 “우주센터 주변에 우주항공부품단지와 비행훈련장, 청소년 스페이스캠프, 사이언스파크 등이 조성되면 고흥이 한국의 ‘케네디 우주센터’로 명성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나로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