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초기 '희대의 거악' '전국구 거물 브로커' 등으로 묘사됐던 윤 씨는 결국 '단순 사기꾼'으로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최광식(崔光植) 전 경찰청 차장 등 경찰 간부 4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24일 기소할 방침이다.
▽피해자들 모두 "돈을 빌려줬다"=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김경수·金敬洙)는 5개월여 동안 윤 씨 관련 계좌 추적에 전력을 기울였다. 정·관계 로비 여부와 로비 대상에 대해 윤 씨가 입을 열지 않은데다 뭉칫돈은 철저하게 현금으로만 사용했기 때문이다.
추적한 윤 씨의 차명 계좌가 50여 개에 이르고 추적 대상 거래 내역도 2만 건이 넘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 간부, 판·검사, 변호사, 기업인들과 윤 씨 간 '의심스런' 돈 거래가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은 한결같이 윤 씨에게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했다.
정작 윤 씨가 이들에게서 돈을 뜯어 정·관계 고위 인사들에게 '로비'를 한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 인사나 수사 무마 청탁을 한 정도였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작심하고 한 사람에 대해 이렇게 오래 동안 조사를 했는데도 아무 것도 나오지 않은 경우는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탄 맞은 인사들=윤 씨 관련 계좌 추적 과정에서 '유탄'을 맞은 사람들이 속출했다.
윤 씨와 일면식도 없는 정몽규(鄭夢奎)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진승현(陳承鉉) 전 MCI코리아 부회장에게 건넨 수표가 윤 씨 계좌에서 발견되면서 비자금 조성 혐의로 사법처리 위기에 처했다.
윤 씨와 돈 거래 사실이 드러난 최광식(崔光植) 전 경찰청 차장의 수행비서 강희도(姜熙道) 경위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윤 씨가 강원랜드 주변 사채업자들을 통해 돈을 세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들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지기도 했다.
▽미완의 수사=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해찬(李海瓚) 전 국무총리와 전병헌(田炳憲) 열린우리당 의원, 청와대 고위 인사 A 씨 등이 윤 씨와 두터운 친분 관계를 유지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전 의원은 윤 씨와 돈 거래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고, 이 전 총리는 2003년 윤 씨와 여러 차례 골프를 함께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그러나 처음부터 "수사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전 의원의 돈 거래도 "처벌 대상이 아니다"고 결론 내렸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윤상림 사건 일지>
2005년
11.24 윤상림 씨 구속
12.6 검찰, 판·검사 상대 로비 정황 포착
12.9 1차 기소
12.12 윤 씨와 짜고 수배자 풀어준 경찰간부 구속
12.19 검찰, 진승현 전 MCI코리아 부회장과 윤 씨 돈거래 포착
12.29 윤 씨, 전병헌 의원에게 강원랜드 출입 금지 해제 청탁 확인
2006년
1.3 경기도 하남 풍산지구 택지개발 사업 개입 수사
1.4 윤 씨 본명, 차명계좌 180개 발견
1.6 고검장 출신 김학재 변호사 윤 씨에게 1억 원 제공 확인
1.15 현직 판사 2명 윤 씨에게 각각 9000만원, 4000만 원 제공 확인
1.20 검찰, 전병헌 의원 윤 씨에게 수천 만 원 입금 확인
1.21 강희도 경위 숨진 채 발견
1.23 윤 씨, 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방문해 로비 시도 확인
1.24 검찰, 중간 수사 상황 발표. 검찰, "수사 방해 움직임 있다"
1.26 최광식 전 경찰청 차장 소환 조사
2.20 검찰, 정몽규 1억원 수표 윤 씨 계좌에서 확인
3.7 검찰, 2003년 이해찬 전 총리와 윤 씨의 골프 모임 확인
3.29 검찰, 정몽규 회장 비자금 50억 원 조성 의혹 수사 착수
4.7 최 전 차장 등 경찰 간부 인사청탁 명목 금품 수수 혐의 포착
4.21 검찰, 윤 씨에 대해 9번째 추가 기소. 범죄 혐의 총 50여 건
김학재 변호사 등 불구속 기소
4.24 최 전 차장 등 경찰 간부 4명 불구속 기소 예정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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