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경찰-병원-대학이 외국인 근로자 인권 보호 나섰다

  • 입력 2006년 4월 24일 0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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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곤장 있어요. 인도네시아에는 곤장 없어요. 하지만 한국에는 일 있어요. 인도네시아에는 일 없어요….”

경찰청과 충남지방경찰청이 21일 오후 3시 충남 아산시 배방면 배방지구대에서 마련한 ‘경찰-외국인 근로자 간담회’.

H업체에 근무하는 인도네시아인 M(38) 씨가 근로 현장에서 벌어지는 구타 실태를 호소했다.

▽외국인 근로자 인권피해 심각=경찰에 따르면 산업단지와 개발사업의 급증으로 3월 말 현재 천안과 아산의 외국인 근로자가 불법체류자(미등록자)를 포함해 1만6000명을 넘었다.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외국인 근로자 인권침해도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진용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지난 1년간 아산에서만 80여 건의 임금체불, 산재, 사업주 폭행 상담이 접수됐다”며 “실제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그동안 외국인 근로자 인권보호에 소극적이었다.

교통사고로 입원하거나 형사고소를 한 외국인 근로자를 경찰이 출입국관리소로 인계하는 바람에 당사자와 관련 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외국인 근로자 보호에 공조=경찰은 이날 배방지구대에 ‘외국인 근로자 인권피해 신고센터’를 열었다.

센터에는 경찰 외사계 직원이 24시간 근무하며 임금착취와 성폭행, 가혹행위, 부당근로 사건을 상담하고 수사한다.

경찰은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가 인권침해 사례를 신고할 경우 사건을 처리한 뒤 인적사항만 출입국사무소에 통보하기로 했다.

또 순천향대, 호서대, 백석대 등의 외국인 유학생과 외국어 전공자를 활용해 상시 통역이 가능하도록 만들기로 했다. 순천향대 부속병원은 무료로 검진하고 진료한다.

이주 외국인 문제를 담당하는 윤애란 아산우리가족상담센터장은 “그동안 통역이 어려워 외국 근로자가 폭행을 당해도 한국인 중심의 진술에 의존했다”고 말했다.

김정식 충남지방경찰청장은 “간담회에 참석한 외국인 근로자의 가해자부터 형사처벌해 인권보호 의지를 보이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 인권피해 신고센터 041-545-2113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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