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검찰에 출두…구속여부 이번 주중 결정될 듯

  • 입력 2006년 4월 24일 12시 25분


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출두한 현대 정몽구회장. 안철민기자
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출두한 현대 정몽구회장. 안철민기자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편법 승계 등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몽구 회장이 24일 오전 9시 55분 검찰에 출두함으로써 약 한 달간 계속되고 있는 검찰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정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에게 죄송합니다. 검찰에서 성실하게 답변하겠습니다"고 짧게 말하고 11층 조사실로 올라갔다.

정 회장은 '비자금을 직접 조성했다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을 지으며 현대차 임원, 경호업체 직원과 함께 대검 청사로 들어갔다.

검찰은 정 회장을 상대로 수백 억원 대의 비자금을 현대차 본사 및 그룹 계열사에서 조성하도록 지시했는지 여부와 비자금의 용처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또 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을 위해 경영권 편법 승계를 시도했는지 등도 조사받는다.

정 회장에 대한 신문은 최재경 대검 중앙수사부 중수1과장과 이동렬 검사가 맡고 있고 조사는 자정을 넘길 것으로 전해졌다.

정몽구 회장 검찰 출두 현장 화보

정몽구 회장 검찰 출두 동영상 스케치

검찰은 일단 정 회장을 조사 후 귀가시킨 뒤 이번 주 중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의 구속 여부는 수사팀이 이미 정 회장 구속 의견을 낸 상황이어서 검찰 총수의 최종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채동욱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내부에 이견이 있느냐'는 질문에 "총장도 같은 생각이다"고 말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이날 검찰의 소환 통보 시각인 오전 10시보다 약 5분 빨리 검정색 에쿠스 리무진을 타고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 도착했다.

진회색 줄무늬 양복에 흰색 와이셔츠, 남색 물방울무늬 넥타이를 맨 정 회장은 대검 청사 민원실 앞 계단을 오르는 동안 양 옆에 늘어선 취재진을 흘끔 쳐다보면서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대검 정문의 오른쪽에 현대차그룹 직원 60여명이, 민원실 주변에는 10여명이 나와 대기했으나 취재진과 물리적 충돌 등과 같은 돌발사태는 없었다.

이날 정 회장 소환 현장에는 100여명의 취재진이 오전 9시 이전부터 취재를 위해 치열한 자리 다툼을 벌였으며 안전을 위해 120여명의 경찰 병력도 정문을 비롯해 청사 곳곳에 배치돼 경계활동을 폈다.

검찰은 정 회장의 소환조사를 끝으로 현대차그룹의 기업 관련 비리 수사를 마무리하고, 이번 주말까지 정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 임직원 등을 일괄적으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정 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을 강력 부인하거나 임직원 등에게 책임을 전가하면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을 다시 소환하거나 현대차 임원진을 불러 대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39개 계열사를 이끌며 지난해 85조원의 매출을 올린 국내 재계 서열 2위의 현대차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 회장은 28년만에 검찰에 다시 소환돼 3번째 인연을 맺게 됐다.

정 회장은 40세이던 1978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특혜 분양 사건으로 검찰과 첫 인연을 맺었다.

현대아파트 952세대 중 661세대를 고위 공직자 국회의원 등에게 특혜 분양한 사건에 연루된 정몽구 당시 도시개발 사장은 아버지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과 함께 서울지검 특수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사법 처리 단계에서 아버지는 제외되고 정 사장만 사업승인 및 설계변경 등과 관련해 뇌물공여 및 건축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고 78년 12월 보석으로 석방될 때까지 약 75일 동안 갇혀지냈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은 아버지 대신 희생됐다는 시각이 많았다.

이후 80년 11월 고법과 81년 4월 대법원에서 뇌물죄는 무죄, 건축법 위반에 대해서만 징역 6월 벌금 500만원에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2000년 왕자의 난 이후 현대차그룹이 계열 분리된 이후 승승장구하던 정 회장은 2004년 5월 대검 중수부의 대선자금 수사로 두 번째 시련 겪었다.

검찰은 현대차그룹이 한나라당에 제공한 대선자금 100억원의 출처와 관련해 정 회장의 소환을 막판까지 검토했으나 소환하지는 않았고 제3의 장소에서 조사만했다. 대신 김동진 부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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