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범이 구조요청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까닭

  • 입력 2006년 4월 25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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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K아파트 경비원 양모(60) 씨는 25일 오전 7시 15분경 주민 신고를 받고 달려가 아파트 위를 쳐다보고는 깜짝 놀랐다.

양복 차림의 신사가 23층짜리 아파트의 22층 높이에서 밧줄에 매달려 "119에 신고해주세요"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기 때문.

119 소방대에 구조된 문제의 신사는 지난해 4월 절도미수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1월 출소한 윤모(69) 씨.

그는 전날 술을 마시고 이 아파트 옥상에서 잠을 잔 뒤 아침에 일어나면서 아파트 도색에 사용 됐던 10m 길이의 밧줄과 드라이버를 발견했다.

금품을 훔치려고 마음먹은 윤 씨는 밧줄 한쪽 끝을 옥상의 파이프에 고정시키고 다른 쪽을 자신의 양쪽 허벅지에 동여맨 뒤 아파트 벽을 타고 22층까지 내려갔다.

윤 씨는 조모(87) 씨의 집 창문으로 다가가는데 성공했지만 갑자기 균형을 잃어 창문을 열 때 사용하려던 드라이버를 떨어뜨렸다.

아파트에 침입하지 못하고 매달려 있다가 팔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낀 윤 씨는 결국 범행을 포기하고 아파트 밑을 지나가던 주민들에게 구조를 요청했다.

전과 6범인 윤 씨는 2003년 2월 충남 공주의 가정집을 털려고 현관문을 열려다 주인에게 발각돼 붙잡히는 등 지금까지 세 차례나 절도미수로 처벌을 받았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이날 윤 씨에 대해 특수절도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문병기 기자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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