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 차림의 신사가 23층짜리 아파트의 22층 높이에서 밧줄에 매달려 “119에 신고해 주세요”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기 때문.
119구조대에 구출된 문제의 신사는 지난해 4월 절도미수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1월 출소한 윤모(69) 씨. 그는 전날 술을 마시고 이 아파트 옥상에서 잠을 잔 뒤 아침에 일어나면서 아파트 도색에 사용됐던 10m 길이의 밧줄과 드라이버를 발견했다.
금품을 훔치려고 마음먹은 윤 씨는 밧줄 한쪽 끝을 옥상의 파이프에 고정시키고 다른 쪽을 자신의 양쪽 허벅지에 동여맨 뒤 아파트 벽을 타고 22층까지 내려갔다.
윤 씨는 조모(87) 씨의 집 창문으로 다가가는 데 성공했지만 갑자기 균형을 잃어 창문을 열 때 사용하려던 드라이버를 떨어뜨렸다.
아파트에 침입하지 못하고 매달려 있다가 팔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낀 윤 씨는 결국 범행을 포기하고 아파트 밑을 지나가던 주민들에게 구조를 요청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이날 윤 씨에 대해 특수절도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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