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의 권력’이라는 주제가 생소하게 느껴졌기 때문. 박 양은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대학 도서관에서 밤낮으로 자료를 찾았다. 같은 조 친구들과 난상토론을 벌여 ‘학교에 내재된 권력’에 대해 쓰기로 하고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결과는 20점 만점에 18점.
박 양은 “학교 수업에서 이렇게 깊이 토론한 적이 없다”며 “전에는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썼는데 이제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신문방송학과와 국문학과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하던 박 양은 강의 수강을 계기로 국문학과에 진학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박 양이 들은 강의는 ‘대학과목선이수제(AP)’의 하나. 고등학생이 방학 때 대학 과목을 미리 들으면 나중에 해당 대학에 입학했을 경우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다.
본보가 26일 입수한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1월 2∼27일 고려대와 연세대에서 시범 실시한 AP 과정 참여 학생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국어 영어 수학 생물 물리 화학 중 1개 과목을 선택했다. 과목별로 20명 정도가 수강했다.
고려대와 연세대에서 AP 과정을 이수한 학생 198명(성적 D 이상) 중 1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0.7%가 해당과목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AP 과정을 들은 후 해당과목을 전공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는 학생은 62%나 됐다. 절반이 넘는 69.3%는 사설학원의 주입식 교육보다 학습 효과가 좋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고교 수업에서 접할 수 없는 수준 높은 강의를 통해 적성을 파악하고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점을 AP 과정의 장점으로 꼽았다.
또 학점으로 인정되지 않아도 AP 과정을 듣겠다는 대답(63.5%)이 학점을 취득하기 위해 수강하겠다는 의견(19.8%)보다 훨씬 많았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7학년도부터 AP 과정 성적을 대학 학점으로 인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AP 제도를 본격 실시하겠다고 지난해 10월 밝혔다.
전문가들은 “논술시험이 대학 입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다양한 지식에 목말라하는 학생들의 심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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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목 선이수제
고교생이 대학 수준의 교육과정을 대학 입학 전에 미리 이수하면 일정한 절차를 거쳐 학점으로 인정하는 제도. 고교가 학생을 추천한 뒤 교육청이 성적과 특기를 고려해 선발한다. 교육부는 2005년 여름방학부터 2차례에 걸쳐 AP제도를 시범운영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7월 25일∼8월 12일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120명이, 올해 1월 2∼27일 고려대와 연세대에서 198명이 이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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