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체조 한번 해볼까요

  • 입력 2006년 4월 27일 03시 03분


“국민체조. 하나 둘 짝짝짝. 둘둘 짝짝짝… 재밌죠 재밌죠!”

노란색 체조복을 입은 배우 문근영이 지하철 역 안에 서서 체조를 한다. 카메라는 점점 멀어지고 사람들은 어느새 문근영을 따라 하며 즐거워한다.

지난주부터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새롭게 오른 ‘KB 국민체조’. KB국민은행이 2006 독일 월드컵 시즌을 겨냥해 만든 이 광고는 신나는 응원을 위한 ‘목소리 키우기 체조’ 등 총 4편으로 구성됐다.

배우 오달수가 ‘충동구매 안 돼’를 몸으로 표현하는 ‘BC 체조’도 등장했다. 회의 중인 사무실에 갑자기 “BC 체조 시작”이라는 구령이 떨어지면 모두 일제히 일어나 “좋아 좋아 하지만 안 돼”라는 구령에 맞춰 체조를 한다.

BC카드 홍보실의 박상진(40) 차장은 “경제적인 건강은 육체적인 건강에서 나온다는 것을 집단 체조를 통해 쉽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MBC 프로그램 ‘느낌표’(토 밤 10시 40분)는 지난주부터 ‘월드컵 국민 응원 아자 아자!’라는 코너를 신설했다. 중앙대 전선혜(체육교육학) 교수가 강사로 나서 ‘흥분 가라앉히기 체조’, ‘다리 근력 길러 주는 체조’ 등 월드컵 국민체조를 소개하고 있다.

2006 월드컵을 앞두고 광고, TV 등을 통한 ‘집단 체조’ 전파가 한창이다. 출발점은 올해 초 인기를 모은 ‘꼭짓점 댄스’. 브레이크 댄스, 골반춤 등 현란한 개인기가 생명인 나이트클럽용 ‘댄스’와 달리 현재 전파되는 ‘집단 체조’는 누구나 거리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간단한 동작의 반복으로 구성된다. 2002 월드컵 응원을 통해 “대∼한민국” 구호를 전 세계에 알렸던 것처럼 올해는 꼭짓점 댄스를 월드컵 공식 응원 퍼포먼스로 정하자는 의견이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제기될 정도로 연령 직업 계층을 넘어 인기를 얻고 있다.

대학생 김선애(24·여) 씨는 “꼭짓점 댄스나 광고 등을 통해 배우는 ‘국민체조’는 학교에서 배웠던 ‘국민체조’와 달리 동작 자체가 쉽고 재미있어 같이 따라 해도 창피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선혜 교수는 “‘국민체조’, ‘도수체조’ 등 과거의 집단 체조가 ‘집단의식’을 강화하기 위한 의례로서 강제로 배워야 하는 체조였다면 현재 광고나 방송을 통해 전파되는 ‘집단 체조’는 자발적으로 즐겨서 퍼지는 행위라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최근의 집단 체조 인기에 대해 다원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소외감을 탈피하기 위한 몸짓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서강대 전상진(사회학) 교수는 “과거의 집단행동은 정부로부터 주어지든, 민간 차원의 시위든 강제성이 있었기 때문에 지속성도 컸지만 최근 인기인 집단체조 같은 것은 개인이 쉽게 선택하기 때문에 쉽게 버릴 수도 있는 ‘인스턴트 집단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2002 한일 월드컵을 거치며 부담 없는 집단 쾌락을 통해 자신이 혼자가 아닌 집단의 일원임을 확인하고 안도하려는 심리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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