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사전구속영장 청구

  • 입력 2006년 4월 27일 11시 35분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정몽구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불구속수사하기로 했다.

비자금 조성 등에 관여한 임직원들의 사법처리 범위와 수위는 추후 결정하기로 했고 비자금 용처 규명 등 로비 수사는 앞으로 계속 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검찰에 의해 부과된 혐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영장실질심사를 신청했고 이에 따라 정 회장의 구속 여부는 28일 오전으로 예정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채동욱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1000여억 원의 비자금을 횡령한 혐의와 3000여억 원 상당의 업무상 배임 혐의로 오늘 오전 11시 10분경 정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히고 "정의선 사장은 부자를 둘 다 구속하는 데 따른 부담과 현대차측 경영상 애로 등을 고려해 불구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채 기획관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가 절대절명의 시대적 과제라는 점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고, 불법 행위로 기업에 손해를 입힌 데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에 덧붙여 "아울러 피해액 등을 고려할 때 사안이 매우 중하고 관련 기업 임직원들의 진술 번복 등 증거인멸 우려 또한 매우 높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채 기획관은 이날 "정상명 검찰총장을 포함한 수사에 관여한 검사들이 고심을 거듭했다"며 "현대 기아차의 대외 신인도 문제와 환율 하락, 유가 급등 등 국가경제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고 각계 인사들의 의견을 묻는 등 많은 고민과 깊은 검토를 했다"고 토로했다.

채 기획관은 "정 회장 이외의 책임있는 임원들의 사법처리 범위와 수위는 회장 유고로 인한 기업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임직원의 구속수사 범위를 최소화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채 기획관은 "현대차그룹 비자금의 용처 규명 등 로비 수사는 앞으로 계속한다"고 밝혀 그룹 자체 로비뿐만 아니라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의 부채 탕감 로비, 금융 브로커 김재록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대표의 로비 의혹 등 정관계를 상대로 한 각종 로비 의혹을 본격적으로 수사할 계획임을 밝혔다.

검찰은 정 회장의 영장이 발부되면 현대차그룹 비자금 조성 및 경영권 편법 승계 등 기업관련 비리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하는 한편 앞으로 로비 의혹 규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이날 설명에 따르면 정 회장은 2002년부터 올해 초까지 현대차와 기아차, 글로비스, 현대오토넷 등 그룹 내 6개 계열사를 통해 1000여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아차의 옛 계열사인 아주금속과 ㈜위아의 채권을 헐값에 사들이는 과정에서 41억 원의 금품을 로비자금으로 써 550억 원의 부채를 탕감 받은 혐의도 받고 있고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과정에서 회사측에 수천억 원의 손실을 끼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채 기획관은 "정 회장 구속으로 현대차가 단기적으로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속히 비상경영체제 등을 가동하고 경영 조직을 내실화해서 세계적 자동차 기업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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