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낀 너구리 구조 당일 달아났다

  • 입력 2006년 4월 27일 16시 35분


위 사진 속 동물은 너구리입니다.

언뜻 보면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전혀 다르게 생긴 것 같습니다.

두 너구리는 같은 너구리일까요, 아닐까요.

사진 왼쪽의 너구리는 얼마 전 큰 화제를 모았던 ‘페트병에 낀 너구리’입니다.

동물병원에서 페트병을 제거한 직후의 모습입니다.

▶[도깨비뉴스]‘위기의 너구리’는 마침내 구조됐다

당시 너구리의 목과 가슴에는 페트병을 빼내려고 몸부림치다 생긴 깊은 상처가 나 있었습니다.


구조 직후 동영상 보기

그 너구리의 열흘 뒤 모습이 사진 오른쪽입니다.

동아닷컴은 25일 ‘페트병에 낀 너구리는 어떻게 변했을까?’ 라는 제목의 동영상 뉴스를 통해 이 너구리의 근황을 소개했습니다.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경기남부지회 오 모씨가 집에서 보살피고 있는 너구리를 촬영한 것입니다.


열흘뒤 모습 동영상 보기

그런데 이 뉴스를 본 독자 몇 명이 “두 너구리의 생김새가 다르다”며 “다른 너구리 같다”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독자들의 공통된 지적은 열흘 뒤 모습으로 소개된 너구리(사진 오른쪽)의 털 색깔이 더 밝고 주둥이도 훨씬 더 뾰족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한국야생동물 보호협회 관계자라고 밝힌 안 모 씨도 26일 동아닷컴에 전화를 걸어 “페트병에 낀 너구리가 구조 당일 도망갔다는 소문이 있다”며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동아닷컴은 두 너구리를 촬영한 화면을 자세히 비교해 본 결과 다른 너구리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리고 확인 취재에 나섰습니다.

확인 결과 두 너구리는 전혀 다른 너구리 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페트병에 낀 채 구조됐던 너구리는 구조 당일 관리 소홀로 달아난 것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지난 14일 오전 경기도 군포시의 한 야산에서 발견된 너구리는 수원의 한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그날 오후 안산시 시화호 갈대 습지공원 내 동물구난 시설로 옮겨졌습니다.

이 너구리는 가로 1.2m 세로1.4m 크기의 우리 안에 넣어졌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우리 안을 먼저 차지하고 살고 있던 다른 너구리가 심한 텃새를 부린 것입니다.

성치 않은 몸에 시달림까지 받게 된 너구리는 결국 한 시간 쯤 뒤 천정에 나 있던 조그만 틈새를 뚫고 달아났습니다.

시화호 환경관리센터 김태섭 전문위원이 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그는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손을 쓸 틈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오 모 씨는 왜 다른 얘기를 했을까요?

오 씨는 24일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병원에서 치료를 끝낸 너구리가 암컷이라 임신도 시킬 겸 안산 갈대습지공원으로 보냈는데 먼저 있던 수컷의 괴롭힘이 심해 이틀 뒤 집으로 데려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페트병에 낀)너구리가 건강을 거의 회복해 이번 주말 쯤 구조했던 군포의 한 야산으로 다시 돌려보낼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동아닷컴은 오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입니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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