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터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시 청사 재건축을 위해 일부 건물들을 헐고 보니 도심이 시원하게 탁 트였다. 이에 여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침 서울시장 선거와 맞물려 논란은 정치권으로 옮겨 갔다. 시청은 교통 편의성과 상징성을 고려해 현 위치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상징적인 소규모 건물만 남기고 다음 세기의 화두가 될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부딪치고 있다. 당신은 어느 쪽 손을 들어 주고 싶은가.》
찬 회색 도심에 숨통 틔워주자
1982년 필자가 서울시의 연구 용역을 받아 “서울시청 앞 광장을 시민의 보행 광장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했을 때 많은 시민과 서울시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교통 통제를 맡은 경찰청과 교통 전문가의 반대로 지지부진했다. ‘교통대란’이라는 협박에 한 걸음도 못 나갔다.
그런데 이 난공불락의 고정관념은 시민에 의해서 깨졌다.
2002년 6월 한일 월드컵의 흥분은 붉은 악마 응원단과 시민이 시청 앞 광장을 꽉 메우면서 절정을 이루었다. 국민은 자동차로 혼란스럽던 시청 앞 광장이 시민들로 꽉 메워지고 덩실대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때부터 자동차만 다니는 회색의 교통광장이 시민의 밝은 광장으로 바뀌었다. 역시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었다.
이러한 감동의 경험은 그해 7월 새로 취임한 이명박 시장이 시청 앞에 시민광장을 조성하는 시정을 펼치는 것으로 이어졌다. 만들고 보니 정말로 좋다. 그 덕분에 이 시장의 인기도 많이 올라갔다.
이 시장은 퇴임을 앞두고 본의 아니게 또 하나의 선물을 시민들에게 선사하려 하고 있다. 시청 뒤에 있던 별관을 철거하면 얼마나 시원해지고, 얼마나 고즈넉한 도심 속 공원과 쉼터가 생겨날 수 있는지 현장에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펼쳐 준 것이다.
그동안 시청 뒤뜰 공원화에 무관심하던 시민들이나 매스컴이 현장을 보더니 이곳을 서울광장까지 연결해 도심 속 공원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뒤늦게 하고 있다. 새 청사를 짓기 위해 기존 건물을 헐고 보니 거기에 숨겨져 있던 진주의 가치를 시민들이 찾아낸 형국이다.
나는 일찍부터 서울시 청사는 지금 자리에 시장실 및 의전, 홍보, 대민 창구 등 상징적인 기능만 남기면 된다고 생각해 왔다. 아니면 서울광장 지하를 대민사무와 회의 그리고 문화공간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있다. 현재도 시의 여러 부서가 가까운 여러 건물로 분산되어 있다. 뜻만 있으면 매입이 가능해 보이는 민간 건물도 주변에 적지 않다. 지상에는 ‘시청 클러스터’를 구성하는 것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그렇게 되면 결재 받기가 어려워진다”고 걱정한다지만 결재 문제는 건물 통합이 아니라 행정혁신으로 해결할 문제다.
굳이 단일 건물이라야 한다면 상징적으로 시장실만 그 자리에 남고 나머지 부서들은 용산 등 부심 적당한 곳에 한 건물로 지으면 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시청을 아예 옮긴다 한들 어떠랴. 일본 도쿄의 도쿄도청사는 도청청사 기능 외에 도쿄를 대표하는 상징이며 연 100만 명이 넘는 내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청사는 옛 도심인 마루노우치가 아니라 부도심인 신주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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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기 ‘걷고 싶은 도시연대’ 대표
반 감성적 공원화 주장 자제를
서울시가 삼성물산 컨소시엄을 서울시청 신청사 실시 설계 적격자로 선정했다고 최근 밝혔다. 그런데 일부에서 뒤늦게 시청 신청사의 건축을 반대하고 나아가 시청 터에 공원을 조성하여 시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청 주변에 덕수궁 등 역사 유적이 있어 22층의 신청사를 건립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청계광장, 광화문, 세종로 등의 역사문화 공간을 생각한다면 시청 터를 도심 휴식처로 조성하고 보행 벨트를 구축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하기에 앞서 문제의 본질을 먼저 생각해 보고 감성에 호소하기보다 대안 있는 주장을 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시청을 옮길 것이냐, 지금 자리에 다시 지을 것이냐 하는 것은 1970년대부터 논란이 분분했다. 1995년 최병렬 당시 시장은 현재 시청 터에 시 청사를 신축하려 했고 이후 조순 시장은 용산 미군기지 자리로 옮기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금 자리에 새로 짓기로 하고 이미 시공사까지 선정해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따라서 시청을 지금 위치에 새로 지을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논쟁은 지난해 4월 시청 신축 계획이 발표됐을 때 종결된 문제다. 같은 논쟁을 자꾸 벌이는 것은 자원의 낭비다.
그런데 일부 정당의 서울시장 후보들이 시 청사 재건축 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몇 가지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우선 시 청사에 대한 관념의 오류를 지적하고 싶다. 관공서 건물을 행정 관료들의 사무 공간쯤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시대에 시 청사는 행정 업무를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자치 행정에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매개의 장이다. 다시 말해 시 청사는 시민들의 생활 공간이자 문화 공간인 것이다.
따라서 공원을 조성하자는 주장과 생활 문화 공간을 만들어서 시민들에게 제공하자는 주장은 서로 상반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사가 생활 문화 공간이 되려면 접근하기 편해야 한다.
지금의 시청 주변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은 시청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계획되어 있다. 특히 신축 예정인 시 청사는 지하철 1, 2호선과 직접 연결하는 등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성을 최우선적으로 반영했다고 한다.
다음으로 지리적 역사성의 문제도 그리 쉽게 간과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능하면 서울시청의 지리적 역사성을 유지해 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또 시청을 다른 곳으로 옮길 때 발생할 수 있는 주변 지역의 투기 과열, 자치구들 간의 이해관계 충돌 등 문제점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오랜 세월 고민 끝에 그래도 지금의 터에 신청사를 짓는 것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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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성균관대 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법제사법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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