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독방’서 사흘째 생활

  • 입력 2006년 4월 30일 16시 43분


서울구치소 수감 사흘째를 맞은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일요일인 30일 하루 종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책과 신문, TV를 보며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4011'이라는 수번을 가슴에 달고 1평 남짓한 독방에서 지내고 있다.

전날에는 오후에 외아들 정의선 사장을 '일반면회'로 5분 간 만난 것을 제외하고 줄곧 방에서 하루를 보냈다.

정 회장은 구치소 일일시간표에 따라 오전 6시 20분에 기상해 하루 3번 국과 2가지 반찬이 곁들여진 식사를 하며 오후 8시 20분에 취침한다.

정 회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사이 하루 1차례 10~15분 간 외부인의 면회를 받을 수 있으며 변호인의 접견은 횟수와 시간 제한 없이 가능하다.

특별면회를 통해 30~40분 간 외부인 접견이 가능한 만큼 그룹의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정 회장이 직접 결재하는 이른바 '옥중 경영'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주말에는 아직 법원에 기소된 상태가 아니어서 특별면회 기회가 없었고 변호사 접견도 허용되지 않았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28일 밤에는 입소절차를 거쳐 자정 쯤에 독방에 입감됐던 정 회장은 그간 피로가 누적된 탓인지 29일 밤에는 규정 취침시간인 오후 8시 30분을 조금 넘긴 시각에 잠자리에 들어 이날 오전 6시 20분까지 비교적 숙면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이날 아침 전날처럼 팩 우유로 식사를 대신했다.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식사가 입에 맞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회에서도 평소 아침식사를 우유 한잔으로 대신하는 습관 때문이라는 게 구치소 측의 설명이다.

정 회장은 이날 점심에는 자장밥 한그릇을 모두 비웠다고 구치소측은 전했다.

그는 29일에는 점심 때 수제비 국에 밥 한 그릇을 모두 먹었지만 쇠고기 무국이 제공된 저녁식사는 절반을 남겼다고 한다.

구치소 측은 정 회장이 68세의 고령인데다 혈압이 조금 높아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만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어 병사(病舍)가 아닌 일반 사동에 배치됐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기업을 경영하는 총수라고 해서 구치소에서 특별대우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28일 밤 자신의 몸에 익숙했던 양복을 벗어 영치한 뒤 연두색 수의를 입고 일반 재소자와 다름없이 입소절차를 밟았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구치소로 향하던 길에 침통한 모습을 보였던 정 회장은 입소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고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전했다.

간단한 신체검사와 사진촬영을 거쳐 공동생활에 필요한 구치소 내 규칙을 간단히 교육받은 정 회장은 자정께 교도관의 안내를 받아 구치소 건물 3층에 위치한 독방에 입감됐다.

정 회장은 5월 1일부터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로 불려가 비자금의 용처 등을 조사받게 된다.

정 회장이 수감된 구치소 3층은 과거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최태원 SK회장 등이 거쳐간 곳으로 전해졌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