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남해군 한 어촌의 이장(55)은 1일 "담배를 줄이기는 했지만 완전 금연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70대 중반의 한 할머니는 금연 이후 체중이 불어나자 다시 담배를 피웠다가 요즘은 걷기운동을 하며 흡연 욕구를 이기고 있다.
국제건강도시로 지정된 휴양의 섬 남해군이 올해 초 10개 마을을 '담배연기 없는 마을'로 만들기로 한 뒤 촌로들이 5개월 째 힘겨운 '담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남해군은 지난해 말 전체 220개 마을을 대상으로 '흡연율 0%'에 도전할 마을의 신청을 받은 뒤 심사를 통해 남해읍 곡내마을과 이동면 초곡마을 등 10곳을 선정했다. 이들 마을의 20세 이상 주민은 모두 893명. 이 가운데 141명이 흡연자였다.
남해군 보건소는 주민설명회와 금연 참여패 수여에 이어 일주일에 한 번씩 마을을 찾아 금연클리닉을 열고 있다. 금연보조제를 처방하고 금단증세에 대한 상담도 해 준다. 또 소변검사를 통해 니코틴 함량의 변화도 체크한다.
담배와의 전쟁에 동참한 마을에서는 갖은 해프닝이 벌어졌다.
11세에 시집와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는 95세의 할머니가 건강하게 TV에 출연한 모습을 보고는 노인들이 "그거 봐, 담배를 피워도 괜찮다니까"하며 너도나도 '반란'에 동참하려 하자 보건소가 '진화'에 애를 먹었다.
남해군이 최근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연초 흡연자 141명 가운데 85명은 현재까지 금연에 성공하고 있었다. 나머지 56명은 담배를 줄였거나 흡연과 금연을 반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해군 보건소 금연담당인 정현주 씨는 "뱃일과 농사일 때문인지 노인보다는 젊은층이 담배를 끊기가 더 힘든 것 같다"며 "검사를 통해 마을 주민 모두가 6개월 이상 흡연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면 인증서와 함께 500만 원의 시상금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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