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앞서 지난달 서울 창경궁 문정전도 방화로 인해 문 일부가 훼손되는 등 최근 들어 문화재 방사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문화재 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어이 없는 방화=1일 오전 1시35분경 수원시 팔달구 남창동 팔달산 정상의 서장대 누각 2층에 안모(24·무직) 씨가 자물쇠로 잠긴 누각의 경첩을 돌로 부수고 침입, 자신의 속옷 등에 라이터로 불을 붙인 뒤 바닥에 던졌다.
불은 목조건물인 누각 기둥과 석가래 등에 순식간에 옮겨 붙으며 누각 2층(19㎡)을 모두 태웠다.
불이 나자 소방차 10대와 소방관 40여 명이 동원돼 진화작업을 벌여 20여분 만에 불길을 잡았지만 누각 소실을 막지는 못했다.
화성사업소 측은 "1996년 큰 불로 서장대 1,2층이 모두 타 복원했었다"며 "이번에 1층은 불에 타지 않았지만 1,2층이 연결된 통기둥으로 된 건물이어서 전체를 복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장대 복원에는 10월까지 6억 원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용의자 안씨는 불을 낸 뒤 화재 현장에서 10여m 떨어진 망루에서 불을 지켜보다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에 붙잡혔다.
안 씨는 경찰에서 "수원 만석공원에서 혼자 소주를 2병가량 마신 뒤 서장대에 갔다가 2층 누각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 올라갔다"며 "누각에 무당 옷 같은 것(순라군 옷)이 있어 입어봤는데 마치 귀신이 든 것 같아 옷을 벗어 불을 붙였다"고 진술했다.
중학교 중퇴 학력의 안 씨는 공장 등으로 일하다 최근 3개월 동안 직장 없이 카드 빚을 진 채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아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안 씨에 대해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화재 무방비=화재 당시 서장대에는 소화전이 설치돼 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소화기도 2대에 불과해 초기진압에 실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4시간 개방되는 현실에도 불구, 밤 시간대 순찰근무 등 문화재 훼손에 대한 방비가 전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성 성곽을 관리하는 수원시 화성사업소는 40여 명이 근무하지만 일과시간(오전 9시~오후 6시) 이후에는 사업소 사무실에서 당직만 서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서울 창경궁 문정전에서 최모(68) 씨가 신문지와 부탄 가스통을 이용해 불을 질렀다. 당시 관리직원들이 곧바로 진화에 나서 큰 피해는 없었지만 문정전 왼쪽 문이 타면서 400만 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화성 서장대는?=10년 만에 다시 소실된 서장대는 화성의 가장 높은 곳인 팔달산 정상(해발 128m)에 위치, 누각에 오르면 수원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화성 문화유적 중 평일 2만여 명, 주말 5만여 명이 찾는 최고 인기 유적으로 군사지휘본부로 축조돼 정조 대왕이 직접 올랐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화성은 1796년 조선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화성시 태안으로 옮긴 후 수원에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함께 축성한 것으로, 둘레가 5.74km로 24시간 시민들에게 개방돼 있다.
건축의 아름다움 등으로 1997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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