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프로축구 명예단원 된 24명의 천사들

  • 입력 2006년 5월 2일 02시 59분


‘나도 드디어 축구선수가 된 거야. 꿈이 이루어졌어.’ 지난달 30일 경기 성남시 성남 제2종합운동장은 희망의 외침과 기쁨으로 가득 찼다. 성남 일화 명예축구단원이 된 어린이들이 선수의 손을 잡고 경기장에 들어섰다(오른쪽 사진). 박세정 양은 꿈을 담은 축구공을 멋지게 시축했다. 안철민 기자
‘나도 드디어 축구선수가 된 거야. 꿈이 이루어졌어.’ 지난달 30일 경기 성남시 성남 제2종합운동장은 희망의 외침과 기쁨으로 가득 찼다. 성남 일화 명예축구단원이 된 어린이들이 선수의 손을 잡고 경기장에 들어섰다(오른쪽 사진). 박세정 양은 꿈을 담은 축구공을 멋지게 시축했다. 안철민 기자
“박지성 선수처럼 꼭 유명한 축구선수가 돼 친구들한테 자랑할 거예요. 그러면 엄마 아빠도 기뻐하실 테니까요.”

경기 성남시의 아동보호시설 ‘천사의 집’에 살고 있는 박세정(9·여) 승재(8) 남매는 축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다.

세정이 남매가 천사의 집에 맡겨진 것은 2002년. 아버지는 카드 빚 5000만 원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어머니는 6개월 뒤 자식들을 백화점에 버리고 사라졌다. 세정이 남매는 부모님이 돈을 벌기 위해 멀리 떠나 있는 줄로만 안다. 이들 남매는 서로 학용품을 챙겨 주는 등 우애가 깊다.

원래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세정이가 축구의 재미에 흠뻑 빠져든 것은 매일 축구공과 함께 사는 동생 승재 군 때문. 이들 남매는 함께 팀을 이뤄 친구들과 경기를 하면 백전백승이다. 둘은 유명한 축구선수가 돼 부모님의 자랑거리가 되고 싶단다.

이런 세정이 남매가 지난달 30일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꿈을 이뤘다. ㈜한국야쿠르트 ‘사랑의손길펴기회’ 등이 후원하고 본보와 ‘한국메이크어위시(Make-A-Wish)재단’이 함께한 ‘꿈은 이루어진다’ 행사의 일환으로 프로축구 성남 일화의 명예 축구단원이 된 것.

세정이 남매와 함께 명예축구단원이 된 아이는 모두 24명. 광주,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이들은 성남제2종합운동장에 모였다. 축구화와 축구공, 운동복을 선물 받은 어린 선수들은 발로, 머리로 공을 주고받으며 운동장으로 뛰쳐나가고 싶어 발을 굴렀다.

2002년부터 백혈병을 앓고 있는 유진하(8) 군도 이날만은 병원에서 벗어나 멋진 축구선수가 됐다. 네 살 때부터 병원에 입원해 힘든 치료를 받느라 또래보다 한 뼘은 키가 작지만 친구들에게 지지 않으려는 듯 열심히 뛰어다녔다.

진하 군의 어머니 김미향(38) 씨는 “축구를 하고 싶어도 몸이 아파 뛰지 못해 늘 답답해했는데 힘든 줄도 모르고 친구들과 씩씩하게 어울리는 것을 보니 대견스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중학교 2학년생 황광일(14) 군도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당산서중 축구팀의 주전 선수였던 광일이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지난해 여름 축구를 그만뒀다. 밀린 전지 훈련비와 합숙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

하지만 광일이는 집에서 밤마다 공과 씨름하며 축구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저한테 축구는 심장 다음으로 중요한 거예요. 당장 경기에 나가지는 못하지만 지금도 매일 1, 2시간씩 축구 연습을 해요. 나중에 꼭 국가대표 선수가 될 테니 지켜보세요.”

광일이는 선물 받은 축구공을 꼭 끌어안았다.

이날 아이들은 전 국가대표 선수인 성남 일화 김도훈 코치에게서 ‘좋은 축구선수가 되려면’이란 강연을 들은 뒤 이날 오후 3시부터 열린 성남 일화와 FC 서울의 경기에 선수들 손을 잡고 경기장에 입장했다.

세정이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 시축을 하면서 멋진 슈팅 솜씨를 뽐내기도 했다.

박주영, 백지훈(이상 FC 서울) 우성용, 김두현(이상 성남 일화) 선수와 얘기도 나누고 사인도 받고 싶다던 아이들은 막상 선수들의 손을 잡고 경기장에 입장할 때는 바짝 긴장해 선수들의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아이들은 경기장을 빠져나오며 한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모두 국가대표가 돼 월드컵에서 우승할 거니까 두고 보세요.”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소원 들어주자” 따뜻한 손길 이어져

한국야쿠르트 - 캡스 모금과 함께 자원봉사도▼

어린이들의 소원 성취를 위한 자선행사인 ‘꿈은 이루어진다’ 캠페인 공식 웹사이트(wish.donga.com)와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에는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일까지 모두 313건의 소원이 접수됐다.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소원을 접수시킨 아이는 모두 56명. 이 가운데 24명이 지난달 30일 프로축구 성남 일화의 명예 프로축구단원이 됐다.

게임 아이템, 휴대전화, 컴퓨터 등을 갖고 싶다는 소원이 전체의 42%로 가장 많았다. 요즘에는 동방신기, 김태희 등 스타를 만나고 싶다는 소원부터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가족 여행을 함께 가고 싶다’는 소원까지 다양한 소원이 접수되고 있다.

이 캠페인을 후원하는 따뜻한 손길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사랑의 손길 펴기회’는 소원이 접수될 때마다 한 건에 500원씩 기부하기로 했다. ㈜캡스는 5000만 원을 후원하고 임직원 및 고객을 대상으로 별도의 모금을 할 예정이다.

한국야쿠르트와 캡스, (사)한국풍선문화협회 등의 단체는 단순한 후원에 그치지 않고 임직원들이 직접 자원 봉사를 하고 있다.

온라인 이마트몰도 고객들이 보유하고 있는 포인트를 난치병 어린이들을 위한 소원성취 기금으로 후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고객들이 자동이체를 신청할 때마다 일정액의 기금을 적립하는 모금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푸르덴셜생명과 엠파스, ㈜넥슨, ㈜효성, 한국대학신문, 삼성증권 등이 이 행사 후원에 나섰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