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의원들 어떻게 사나]“정치한 것 후회” 제2인생 개척

  • 입력 2006년 5월 2일 03시 00분


13대 국회 당시 신민주공화당 원내부총무와 민주자유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지낸 유기수(劉基洙) 전 의원의 현직은 목사다. 유 전 의원은 14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신학을 공부해 목사가 됐다.

경기 광릉수목원 근처 ‘믿음과 사랑의 교회’ 전임목사인 그는 “전직 의원이라는 것을 알리지 않아 주변 사람들도 내가 국회의원이었다는 것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처럼 ‘제2의 인생’ 개척에 성공한 전직 의원들도 없지 않다. 13, 14대 의원을 지낸 뒤 15대 불출마를 선언했던 박경수(朴炅秀) 전 의원과 신한국당 소속으로 14대 의원을 지낸 정창현(鄭昌鉉) 전 의원은 귀농(歸農) 사례.

강원 원주시 교외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박 전 의원은 “지역 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등의 요청도 간혹 받지만 일절 거절한다”며 “전직 의원들이 정부 산하기관에 가는 것은 월급 받아먹으려는 것 아니냐.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은 공기업 자리를 비우고 본분으로 돌아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역구였던 경기 화성시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정 전 의원은 15, 16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이후 당직을 버렸다. 농업후계자를 상대로 강의를 하고 있는 정 전 의원은 “정치를 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변호사와 의사 등 전문직뿐 아니라 나름의 ‘주특기’가 있던 전직 의원들은 여의도를 떠난 뒤에도 비교적 쉽게 현실에 적응하고 있다.

소설가 출신 김홍신(金洪信·15, 16대) 전 의원은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두문불출하며 발해를 무대로 한 10권짜리 역사소설을 집필 중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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