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의원들 어떻게 사나]‘전관예우’ 체감온도 달라

  • 입력 2006년 5월 2일 03시 00분


“끈(배지) 떨어지면 그만이다.”

정치판의 상식에 속하는 얘기지만 실상은 좀 달랐다. 조사 결과 전직 의원 10명 중 6명은 국회의원 경력이 퇴임 후 사회 경제적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마이너스’라고 말하는 이도 적지 않다.

특히 여야, 현재 권력과의 친소 관계에 따라 나름대로 전직 프리미엄을 누리는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이 확연하게 갈렸다.

▽15, 16대는 ‘전관예우’=15, 16대 국회의원 출신(72명)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월수입 300만 원 이상이 52.0%로 전직 의원 전체(36.7%)보다 많았다. 재산도 15, 16대 국회의원은 5억 원 이상이 58.5%로 역시 전직 의원 전체(40.2%)보다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국회의원 경력이 퇴임 후 사회 경제적 활동에 도움이 됐느냐’는 물음에 15, 16대 의원 출신 중 65.3%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이는 전직 의원 전체(60.3%)보다 높은 것으로 퇴임 후 긴 시간이 흐른 의원들에 비해 ‘전관예우’를 받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동의대 선거정치연구소는 분석했다.

국회의원 경력이 퇴임 후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이들(191명)만을 대상으로 전직 프리미엄의 ‘유효기간’을 물어봤다. 10년 이상이라는 응답이 79.6%로 다수를 차지했고, 1년 이하라는 응답은 1.6%였다.

▽권력과의 관계가 ‘끗발’ 유지의 관건=배지를 떼기 직전 소속 당의 여야 여부에 따라 전관예우 차도 컸다.

15, 16대 의원 출신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여당 출신 전직 의원 중 국회의원 경력이 퇴임 후 개인적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77.4%나 되는 반면 야당 출신은 55.6%에 그쳤다. 현재 직업의 유무도 여당 출신의 무직 비율은 32.3%였으나 야당 출신은 이보다 많은 37.8%로 분석됐다.

실제 현재 권력과의 관계에 따라 전직 의원들의 현주소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사례는 많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를 함께한 김정길(金正吉·12, 13대) 전 의원은 2004년 총선 패배 후 대한태권도협회장에 이어 현재 대한체육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인 신상우(辛相佑) 전 국회부의장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 현역 의원 못지않게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반면 2004년 분당(分黨) 파동 때 민주당에 남았다 총선에서 떨어진 전직 의원들은 대부분 ‘끈 떨어진’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야당인 신민당(9대) 출신인 황호동(黃鎬東) 전 의원은 “여당 출신은 2년 정도는 대접을 받는 것 같다”면서 “야당 출신은 있던 자리에서도 쫓겨난다”고 했다.

▽‘노른자위’ 상임위 출신이 ‘경쟁력’ 있다=국회의원 경력이 퇴임 후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15, 16대 의원들을 소속 상임위원회별로 분석한 결과 국회 건설교통위 출신 12명 중 10명(83.3%)은 국회의원 경력이 퇴임 후 사회 경제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는 전직 의원 전체 비율인 60.3%보다 훨씬 높은 것.

건교위는 2005년의 의원 1인당 고액후원금 모금액에서도 14개 상임위 중 가장 ‘짭짤한’ 곳으로 꼽혔다. 이처럼 재임 당시 ‘노른자위’로 평가됐던 상임위 소속 의원들은 퇴임 후에도 덕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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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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