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반영비율 50% 이상=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현청(李鉉淸) 사무총장이 각 대학 입학처장들을 대신해 낭독한 발표문에 따르면 대학들은 학생부 반영비율을 50% 이상 되도록 확대해 학생부가 대입전형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고려대 연세대 등 7개 사립대가 2008학년도 대입전형에서 학생부 반영비율을 낮추고 대학별 고사의 반영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힌데 이어 이날 발표문에 합의함으로써 학생부 반영비율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는 정시모집 반영비율을 학생부 40%, 수능 50%, 대학별고사 10% 수준으로 논의해왔으나 재조정하기로 했다. 정시모집 반영비율을 학생부 20%, 수능 60%, 대학별고사 20% 수준으로 논의해온 서강대도 대폭 조정할 계획이다.
이 사무총장은 "모든 전형에서 학생부 반영비율을 50% 이상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학생부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상대적으로 대학별고사의 반영비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교협은 18, 19일 전국의 대학입학처장회의를 열고 200학년도 대입전형과 관련해 학생부 신뢰도 제고, 학생부 실질반영률 등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대학 자율성 훼손 논란=대학들이 이날 전격적으로 공동 결의문을 발표하게 된 것을 두고 몇몇 입학처장들이 "교육부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교육부가 대학들의 자율성을 훼손한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한 입학처장은 "교육부총리가 대학까지 직접 찾아다니면서 학생부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대학 입학처장을 동원해서 만든 자리"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입학처장은 "대교협 사무총장 이·취임식 겸 서로 인사나 하자고 만들어진 자리인 줄만 알았다"며 "이 자리에서 2008학년도 대입전형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한다는 것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사무총장은 "전국의 입학처장들이 나의 이임이나 교육부의 강권 때문에 모이지는 않으며 2월에도 두 차례 비공개 회의를 가졌다"며 "학교교육 정상화와 2008학년도 대입전형에 대한 일선 교육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자리"라고 밝혔다.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3월 성균관대를 시작으로 주요 대학을 잇달아 방문해 입시 전형에서 학생부 반영 비율을 늘려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학교 따라 희비 엇갈려=학생부 반영 비율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내신 성적이 불리한 특수목적고, 자립형사립고, 비평준화 지역의 명문고교 학생들 사이에 불만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고교 현장에서는 내신 경쟁이 치열해지고 학생 입장에서는 내신, 수능, 대학별고사 3박자를 고루 갖춰야 함에 따라 학습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S외고 관계자는 "내신을 등급으로 나누고, 대학 입시전형에서 학생부 반영 비율을 높이면 우수한 학생이 몰려있는 특목고 학생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학교간의 격차를 객관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K고 2학년 김모(17) 군은 "대학들이 입시전형을 발표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또 바꾼다니 혼란스럽다"며 "중간고사 때도 사소한 실수 하나에 등급이 바뀔 수 있어 모두들 3시간밖에 못자면서 내신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공교육을 살린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할 만큼 사교육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D학원 관계자는 "내신이 대학입시와 직결된다는 불안감에 학원을 꾸준히 다니는 아이들이 많아졌다"며 "이번 발표로 인해 학원 커리큘럼을 내신 위주로 바꿔 과목별 지도를 하는 학원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최창봉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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