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오후 8시면 아파트 주민들과 함께하는 ‘합창단’의 연습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내 일을 제쳐 두고 매주 2시간씩 이곳에서 노래를 가르치고 있지만 이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아요. 매일 얼굴을 마주치는 이웃들과 함께하는 모임이라 애착이 갑니다.”
○ 커뮤니티 시설이 만들어 준 동호회
이 씨를 비롯해 주민 30여 명은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자이 아파트’의 합창단원.
지난해 3월 ‘노래가 좋아서’ 이웃끼리 모임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프로급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7월 아파트 입주 1주년 축제 때 공연을 한 뒤 소문이 퍼지면서 크리스마스 땐 용인시청 행사에 초청받아 실력을 뽐냈다.
한 주도 빠뜨리지 않고 연습한 덕분이었다. 주민이 피아노를 기증하고, 입주자 대표모임에서 활동비를 지원하는 등 이웃들의 지지도 큰 도움이 됐다.
주민들은 “연습실로 쓰고 있는 커뮤니티 룸이 모임 활성화에 큰 몫을 했다”고 말한다.
한효순(51) 씨는 “집에서 밥하다가, TV 보다가 그냥 슬리퍼 차림으로 나가면 된다”며 “아파트 안에 이웃들과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있어 편하다”고 했다.
합창단 외에도 요가와 바둑 동호회가 이 커뮤니티 룸을 쓰고 있으며 단지 내 피트니스센터와 골프연습장에서도 헬스, 골프 동호회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된다.
요즘 분양되는 새 아파트에서는 이런 동호회 활동이 활발하다.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이 생기면서 나타난 모습이다.
○ 이웃이 가족처럼
충남 천안시 불당동 동일하이빌 아파트엔 동호회만 15개가 넘는다. 피트니스센터 골프장 DVD룸 노래방 에어로빅장 테니스장 등 커뮤니티 시설마다 동호회가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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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이주란(39) 씨는 “동호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청소나 주민총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용인시 보정동 조순자(58) 씨는 “예전 아파트에선 옆집 사람 얼굴도 몰랐는데 이제는 주민공동시설에서 이웃을 만날 기회가 많아졌다”며 “동호회원끼리 집안 경조사를 챙겨 주며 한 식구처럼 지내면서 이웃 간의 정을 다시 알게 됐다”고 했다.
‘커뮤니티’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자 최근엔 아파트 광고에 동호회 회원이 직접 출연하기도 한다. 커뮤니티 시설을 설계해 주는 전문 업체도 생겨났다.
커뮤니티 컨설팅 회사인 ‘아트 휘트니스 컨설팅’의 정국진 과장은 “같은 지역, 같은 평형의 아파트라도 커뮤니티 시설에 따라 가격이 수천만 원씩 차이 난다”며 “앞으로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한 강좌나 이벤트 등 서비스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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