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법안 처리는 전형적인 졸속 입법이다. 여당이 사학법 재개정 약속을 저버림에 따라 제대로 된 심의는커녕 여야 간 대화마저 실종된 상태에서 허겁지겁 통과시킨 무더기 입법이다. 이 중에서도 재건축법은 법률로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재건축 개발이익에 최고 50%의 개발부담금을 부과토록 한 이 법에 대해서는 100만 명 반대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서명운동을 주도하는 시민단체 측은 조만간 위헌소송도 낼 예정이라고 한다. 자기 집을 살기 좋게 고치겠다는 것을 막고, 생기지도 않은 이익에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것이 정상적 시장경제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여당은 사학법 재개정 협상에서 대승적으로 양보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권고를 거부했다. 이 법의 위헌적 독소조항을 제거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결국 헌법재판소의 합헌 여부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됐다. 여당이 민주노동당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끼워 넣은 자치단체장 주민소환법도 소수의 ‘큰 목소리’를 부추겨 지방정치와 행정의 혼란을 상시화(常時化)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잇따른 졸속 입법에는 한나라당의 ‘포퓰리즘’도 큰 몫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제 밤 김원기 국회의장 공관에서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정작 법안 처리 과정에서는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다. “민생법안 처리에 반대했다”는 비판 여론이 지방선거에서 역풍(逆風)을 부를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흐물흐물 물러선 모양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선거 승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여당의 독선과 야당의 무능이 만들어 내는 국가 부실 운영의 후유증을 겪어야 하는 국민의 처지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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