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남해군 ‘담배와의 전쟁’

  • 입력 2006년 5월 3일 06시 50분


“제가 계속 담배를 피우니까 마을 어른들이 꾸지람을 많이 합니다.”

경남 남해군 한 어촌의 이장(55)은 2일 “담배를 줄이기는 했지만 완전 금연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제건강도시로 지정된 ‘휴양의 섬’ 남해군이 올해 초 10개 마을을 ‘담배연기 없는 마을’로 만들기로 한 뒤 촌로들이 5개월째 힘겨운 ‘담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남해군은 지난해 말 전체 220개 마을을 대상으로 ‘흡연율 0%’ 도전 신청을 받은 뒤 심사를 통해 남해읍 곡내마을과 이동면 초곡마을 등 10곳을 선정했다. 이들 마을의 20세 이상 주민은 모두 893명. 이 가운데 141명이 흡연자였다.

남해군보건소는 주민설명회와 금연 참여패 수여에 이어 일주일에 한 번씩 마을을 찾아 금연클리닉을 열고 있다. 금연보조제를 처방하고 금단증세에 대한 상담도 해 준다. 또 소변검사를 통해 니코틴 함량의 변화도 체크한다. 담배와의 전쟁에 동참한 마을에서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11세에 시집와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는 95세의 할머니가 건강하게 TV에 출연한 모습을 보고는 노인들이 “그거 봐, 담배를 피워도 괜찮다니까”라며 너도나도 ‘반란’에 동참하려 해 보건소가 애를 먹기도 했다. 담배를 다시 입에 문 사람은 이웃의 곱지 않은 시선을 감수해야 한다. 남해군보건소 금연담당인 정현주 씨는 “검사를 통해 마을 주민 모두가 6개월 이상 흡연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면 인증서와 함께 500만 원의 시상금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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