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사실은 부가세가 면제되는 면세금지금(이하 면세금)을 수입해 불법 유통시키면서 세금을 내지 않고 횡령한 혐의(조세포탈 및 횡령)로 기소된 금은방 업주 공모(45) 씨 등 5명에 대한 항소심 판결에서 밝혀졌다.
▽허술한 법 악용 3개월 새 300억 세금 포탈=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민일영·閔日榮)는 면세로 들여온 금을 판매하면서 가짜 세금계산서를 통해 부가세를 부당하게 돌려받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공 씨 등에 대해 지난달 27일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주범 공 씨와 또 다른 주범 제모(44) 씨에 대해 각각 징역 3년에 벌금 330억 원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 씨 등에게 명의를 대여해 준 백모(44) 씨 등 3명에 대해 각각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14억∼240억 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는 공 씨와 제 씨의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됐지만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종로 등지에서 금 도매상으로 일하던 공 씨 등은 2003년 12월 수입한 면세금을 부가세가 붙은 과세금으로 둔갑시켜 팔아 세금을 포탈하기로 마음먹었다.
공 씨 등이 이용한 범행 수법은 부가세가 신고납부제도인 현 조세체계를 악용하는 것. 예를 들어 1000억 원에 수입한 면세금을 다른 도매업자 A 씨에게 공급가 980억 원에 부가세 10%인 98억 원을 더한 1078억 원에 판매한다. A 씨 입장에서는 공급가 1000억 원에 부가세 100억 원이 더해진 1100억 원에 사야 할 금을 22억 원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반면 공 씨 등은 자신이 내야 할 부가세를 포함한 1100억 원보다 낮은 가격에 팔아 손해를 보게 된다.
하지만 공 씨 등은 면세금을 산 구입업자에게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부가세를 납부하지 않은 채 짧게는 2, 3일 만에 회사를 정리한 후 다른 바지사장을 내세워 범행을 저질렀다. 이런 식으로 공 씨 등이 2003년 12월부터 2004년 2월까지 3개월간 불법 유통시킨 면세금 규모는 3377억 원, 포탈한 세금은 300억 원에 달한다. ▽탈세 온상 면세금지금 제도…2년간 8422억 원 부정환급=정부는 2003년 7월부터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금지금 도매업자 또는 세공업자 중 일정 요건을 갖춰 세무서장의 사전 승인을 받은 사업자에 대해 귀금속 원재료 등으로 거래하는 금지금에 대해 면세하는 특례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금에 과세되는 10%의 부가세와 3%의 관세를 탈루해 잇속을 챙기려는 금 밀수를 제도적으로 막아 보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제도가 시행된 이후 국내 금시장은 또 다른 형태의 탈세와 밀수로 재편되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줄어들 것이라고 여겼던 금괴 밀수가 오히려 폭증하고 가짜 세금계산서를 통한 부가세 부정 환급도 성행했다.
지난해 9월 국세청 국정감사에서도 일부 금 도매업자가 면세금지금제도를 악용해 부가세를 부정 환급받은 액수가 8422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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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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