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대추리 밤샘 대치]범대위-주민 800여명 “사수” 시위

  • 입력 2006년 5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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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분교 강제 철거가 임박한 3일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일대가 폭풍전야처럼 적막에 잠겨 있다. 평택=이훈구 기자
대추분교 강제 철거가 임박한 3일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일대가 폭풍전야처럼 적막에 잠겨 있다. 평택=이훈구 기자
《“살아도 내 땅에서 살고 죽어도 내 땅에서 죽겠다.” 국방부의 행정대집행이 임박한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일대는 3일 밤부터 4일 새벽까지 폭풍전야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3일 밤이 깊어가면서 강제 철거가 예고된 대추분교에는 주민과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범대위) 소속 회원 800여 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은 오후 10시부터 새벽까지 대추분교 사수 결의대회를 열며 국방부와 경찰의 전격 투입에 대비했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과 민노총, 전교조, 한국청년단체 연합회 소속 회원들은 돌아가며 국방부의 강제 철거 방침을 비난했다. 이들은 “국민의 군대가 주민들을 짓밟으려는 처사가 말이 되느냐”며 “정부가 총과 칼을 들이대면 우리들은 가슴으로 막겠다”고 선언했다.》

대추분교 정문은 굳게 닫힌 채 체인과 쇠사슬로 이중삼중 잠겨 있었으며 마을 진입로에는 주민 3, 4명이 번갈아 가며 경계를 섰다.

대추분교에는 한때 국방부 용역업체 직원들이 밤늦게 서울 모처에서 모여 평택으로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져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또 대추분교 상공에서는 군 병력과 경찰의 투입이 임박한 듯 10여 분마다 군용으로 보이는 헬기가 굉음을 내며 저공 비행을 계속했다.

미군부대 K-6(캠프 험프리스) 철책 주변엔 전투경찰 몇 명이 지키고 있으나 아직까지 군부대나 경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주민들은 이날 하루 종일 외부인들이 나타나면 누구인지 꼬치꼬치 캐묻는 등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국방부의 행정대집행 방침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주민들은 “국방부건 경찰이건 올 테면 와라”며 “죽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는 내 땅에서 한 발짝도 물러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대위는 이에 앞서 3일 오후 국방부의 강제대집행 계획서를 입수했다며 기자회견을 갖고 “대규모 유혈사태 부르는 군·경·용역 합동 야간 진압 군사작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국방부가 공병과 특공대, 경찰, 용역 직원과 함께 헬기와 굴착기 등을 이용해 강제 집행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경찰은 4일 오전 5시를 전후해 대추리 일대에 전격 투입될 것으로 보고 수도권 일대 경찰 110개 중대를 동원하기로 했다. 또 불상사에 대비해 경찰특공대도 투입할 방침이다.

군과 경찰은 이에 앞서 2일 경기지방경찰청에서 200여 명이 참석해 대추분교 강제 철거와 이전 예정지 일대의 철조망 설치 등을 위한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갖는 등 치밀한 사건 계획을 수립했다.

군은 대추분교 철거와 동시에 길이 25km에 이르는 대추리 도두리 등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 주변에 윤형(둥근 모양) 철조망을 2층으로 설치할 방침이다. 또 철조망 경비를 위해 보병을 배치키로 했다.

경찰도 주민과 범대위의 자극을 피하기 위해 자제하던 사법처리도 엄격히 적용키로 했다.

경찰은 행정대집행에 반발하는 주민과 범대위 소속 회원들을 전원 연행키로 방침을 정하고 법원으로부터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은 상태다.

이에 앞서 경찰은 김모(47) 씨 등 주민과 시민단체 관계자 3명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며 범대위 공동대표 문정현 신부에 대해서도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같은 혐의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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