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쇼 사고기 조종사, 1000시간 베테랑…결혼기념일에 참사

  • 입력 2006년 5월 6일 03시 02분


어린이날 행사장서 5일 어린이날 기념행사로 경기 수원시 공군비행장 상공에서 에어쇼를 벌이던 블랙이글기가 활주로에 추락해 탑승했던 조종사가 숨졌다. 추락한 항공기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사진 제공 독자 이석주 씨
어린이날 행사장서
5일 어린이날 기념행사로 경기 수원시 공군비행장 상공에서 에어쇼를 벌이던 블랙이글기가 활주로에 추락해 탑승했던 조종사가 숨졌다. 추락한 항공기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사진 제공 독자 이석주 씨
3세와 4세 두 아들을 세상에 남겨둔 채 결혼 4주년 기념일인 5일 세상을 떠난 김도현(33) 소령. 그는 시범 비행단인 블랙이글 팀에 유독 애착이 많았다.

“나도 언젠가 블랙이글 팀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많다. 막상 제안이 왔을 때는 축구를 하다 다리가 부러진 상태라 절망적이었다. 블랙이글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지만 5, 6개월간 재활기간을 거쳐 블랙이글에 합류했다. 정신적 방랑을 끝내고 인생의 전화위복을 맞은 듯했다.”

김 소령은 생전에 블랙이글을 취재했던 한 작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는 공사 44기로 임관할 때 종합성적 4위로 합참의장상을 수상할 정도로 우수했다. 생도시절엔 예비생도 훈련대대장, 전대장생도, 동기생회장 등을 맡았다.

동료들에 따르면 김 소령은 ‘비행은 항상 겸손하게’라는 신조로 전투기 조종사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5번이나 완주할 정도로 마라톤광이기도 했다.

 에어쇼 곡예기 추락 현장(독자 이석주씨 제보)

 에어쇼 도중 곡예기 추락 후(독자 이석주씨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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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이번 사고에서도 살신성인의 정신을 발휘한 것으로 보여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날 김 소령이 탄 전투기는 고도 400m 상공까지 하강했다가 상승하는 곡예비행을 하던 도중 미처 상승하지 못하고 곧바로 지상 활주로에 추락했다. 그가 위기의 순간에도 탈출 버튼을 누르지 않고 조종간을 끝까지 잡고 있었던 점으로 미뤄 흔들리는 기체 속에서도 에어쇼를 관람하는 시민들의 안전을 생각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당시 경기 수원시 공군 비행장엔 에어쇼를 보기 위해 수많은 시민이 사고 지점에서 불과 1.8km 떨어진 곳에 운집해 있었다. 사고전투기의 속도와 좌우로 뒤트는 곡예비행을 감안하면 전투기가 어디로 추락할지 전혀 예측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영결식은 8일 오후 3시 8전투비행단에서 거행되며 유해는 대전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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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소령이 속한 블랙이글은 각종 행사에서 에어쇼만을 전문으로 하는 상설 특수비행팀.

우리 공군이 처음으로 특수비행 시범을 보인 것은 1953년 10월 1일. 당시 F-51무스탕 4대가 공군 창설을 축하하고 일반인들에게 공군력을 선보이기 위해 경남 사천비행장에서 편대비행, 특수비행, 대지공격 등을 시연했다.

공군은 1954∼58년까지 매년 국군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한강변에서 시범비행을 했고, 1962년부터는 이 시범비행에 ‘블랙세이버’라는 별칭을 붙였다.

1967년 그 명칭을 블랙이글로 바꿨으며,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에서 A-37 전투기로 오색 연막을 사용해 오륜마크를 공중에 시연하기도 했으나 당시까지는 상설 팀은 아니었다.

블랙이글이 상설 전문 특수비행팀으로 새롭게 출범한 것은 1994년 12월 12일. 현재 A-37 6대로 이뤄져 있으며, 팀 소속 조종사는 비행시간 1000시간 이상의 베테랑들이다.

A-37은 세스나사(社)가 중등 훈련기로 제작한 T-37의 공격형 기종. 1976년 국내에 도입돼 1977년 10월부터 사용된, 비교적 오래된 기종이다. 여타 전투기에 비해 무기 탑재 능력이 뛰어난 편이 아니지만 저공 저속 기동성과 운용의 편리함 때문에 육군에 대한 근접항공지원기로 활용되고 있다.

블랙이글은 원래의 A-37에 7.62mm 미니건을 제거하고 조종석 우측에 연기발생기(Smoke-Discharger)를 부착하는 등 일부를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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