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경기 안성시 백성초교 우한나양

  • 입력 2006년 5월 7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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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나(12·경기 안성시 백성초교 5학년·사진) 양은 피아니트스가 되는 것이 꿈이다.

한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눈을 감고 상상한다. 화려한 조명과 많은 관객 앞에서 피아노 연주를 멋지게 마무리한 뒤 박수와 갈채를 받는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한나가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울 수 있는 피아노를 선물로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희귀 난치병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꿈은 이루어진다' 행사를 열고 있는 본보와 '한국메이크어위시(Make-A-Wish)재단', ㈜한국야쿠르트 '사랑의손길펴기회' 등이 한나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 것.

하지만 한나는 피아노가 아닌 컴퓨터를 원했다.

"멋진 피아노를 선물로 받고 싶지만 동생들이 컴퓨터를 갖고 싶어해요. 동생들은 피아노를 칠 줄 모르거든요."

한나에게는 한주(10) 한진(7) 한정(5) 등 여동생이 3명이 있다. 장녀인 한나는 동생의 언니이자 부모 역할을 해야 한다.

엄마는 3년 전 집을 나갔다. 아빠와 불화 때문이다. 엄마가 한나 곁을 떠난 지 한 달 만에 아빠도 "돈을 벌어 오겠다"며 집을 나갔다. 아빠는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

한나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동생들과 함께 18평짜리 연립주택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몸이 불편해 웬만한 일은 모두 한나의 몫이다.

할머니 이영자(71) 씨는 "할아버지가 지난해 폐암 진단을 받았고 나도 다리가 성하지 않아 몸을 움직이기가 불편하다"며 "빨래며 청소며 집안 일은 한나가 다 알아서 한다"고 말했다.

한나도 완치되기 어려운 병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지만 "친구들이 아는 것이 싫다"며 자신의 병에 대해 말문을 닫았다.

한국메이크어위시 재단은 한나가 동생들 때문에 피아노 대신 컴퓨터를 원한다는 말을 듣고 특별한 선물을 하나 더 준비했다.

한나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2일 서울 고려대 구로병원 별관에서 열린 '난치병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뻔(fun) 뻔(fun) 파티'에 초대됐다. 하나는 이 파티에서 피아니스트가 됐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곡을 연주한 한나는 난치병 어린이들과 가족, 의사, 간호사 등 100여 명의 관객들에게서 큰 박수를 받았다.

맨 앞줄에서 한나의 연주를 지켜보던 할머니와 할아버지 우일용(79) 씨는 눈물을 글썽였다.

객석에서 '앵콜'이란 외침이 잇따랐다. 쑥스러운 듯 머뭇거리던 한나는 가곡 '얼굴'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좀 전까지 글썽이던 할머니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한나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피아노를 친 건 처음"이라며 "오늘 내 모습이 매일 눈을 감고 상상하던 바로 그 피아니스트처럼 느껴져 꿈을 이룬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는 이날 컴퓨터 뿐만 아니라 한국메이크어위시 측이 '깜짝' 선물로 준비한 전자 오르간도 받았다.

"엄마 아빠가 빨리 우리 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동생들이 엄마 아빠를 너무 보고싶어해요."

한나가 이루고 싶은 또 하나의 소원이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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