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대추리, 군·경찰-주민들 '평온속 긴장'

  • 입력 2006년 5월 7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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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충돌이 빚어진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는 7일 겉으론 평온했지만 군과 경찰, 주민들 사이엔 긴장감이 흘렀다.

5일 시위대가 뚫은 철조망 20여 곳과 군 초소는 복구됐다. 비무장 군인들은 100여m 간격으로 설치된 군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했다. 이들은 6일 내린 비로 질퍽해진 논바닥에 설치된 숙영 텐트를 높은 곳으로 옮겼다.

철조망 안쪽에선 공병대가 굴삭기들이 돌아가며 땅을 파고 있었다. 군 관계자는 "시위대가 철조망을 뚫더라도 쉽게 넘어오지 못하도록 수로와 둑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이날 공병대와 경계 병력 등 2500여 명을 배치했다.

경찰도 대추리 입구와 본정농협 앞 등 주요 길목과 군 철조망, K-6(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주변에 47개 중대를 배치했다. 주민을 제외한 외부 인사들은 출입이 통제했다. 군과 경찰은 "군 관할부대장의 승인 없이 군사시설보호구역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법"이라며 "앞으로는 불법 침입자를 전원 연행하겠다"고 밝혔다.

대추리 마을회관 2층 평택 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 상황실은 열려 있었다. 하지만 주요 간부들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범대위 측은 이날도 국방부장관과 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영농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철조망이 추가로 설치된 논에서 주민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앞으로 농사를 지을 생각이다.

"철조망 아니라 더한 것으로 막는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뚫고 들어가서 농사를 짓겠다. 조만간 모내기도 하겠다."

주민과 범대위는 이날 저녁 대추리 평화예술공원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촛불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촛불집회를 제외한 대추리의 모든 집회를 불허할 방침이다.

6일 오후 김지태(47) 팽성대책위원장 집 소우리에서 불이나 창고 20여 평과 건초 1만여t이 불에 탔자 주민과 범대위 측은 경찰의 소행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들은 "당시 경찰차량이 김 씨 집 앞에 있었는데 갑자기 검은 연기가 치솟아 올랐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김씨 집 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을 뿐"이라며 "화재에 신속히 대처하지 않은 점에 대해 진상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4일 행정대집행 때 연행한 524명 가운데 37명에 대해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7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306명을 즉결심판에 넘기고 가담 정도가 경미한 3명을 훈방했다.

경찰은 또 5일 연행한 100명 가운데 23명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로써 평택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와 관련한 구속 대상자는 연행자 624명 중 60명으로 늘어났다.

이 사건은 1996년 한총련 회원들이 제6차 통일대축전 개막 전날인 8월 12일 연세대에 서 모였다가 경찰이 봉쇄 작전으로 고립돼 2500 여명이 연행되고 438명이 구속된 기소된 이래 구속 대상자 규모에서 최대 공안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이귀남·李貴男)는 "구속 대상자 60명 중 현지 주민은 한명 뿐"이라며 "이 한명도 2005년 7월 전입해 보상지역에 사는 주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체포영장을 발부된 팽성대책위원장 김지태 씨 등 범대위 간부 3명에 대해 전담팀을 꾸려 검거에 나섰다.

주민들과 범대위 100여명은 4일 시위와 관련해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열린 수원지법 평택지원에 모여 연행자 석방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으나 경찰과 충돌은 없었다.

평택=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평택 폭력시위 심해질 경우 곤봉 등 지급 검토"

군 당국은 경기 평택시 미군기지 이전 반대를 위한 폭력 시위가 심해질 경우 시위 현장의 군 장병들에게 방패와 곤봉, 방독면 등 개인보호 장비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군 관계자는 7일 "시위대가 휘두른 죽봉과 각목에 맞아 부상을 당한 장병들이 생기고 있는 만큼 '자위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장병들이 시위대에게 폭행당하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고 밝혔다.

5일 시위대와 충돌한 장병 300여 명 중 11명은 머리에 상처를 입거나 팔뼈에 금이 가는 등의 부상으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했다. 이날 장병 일부는 방패 대용 합판과 경계병들이 쓰는 곤봉을 사용했으나 대부분의 장병들은 장비 없이 시위대에 맞섰다.

군 당국은 그러나 장병들에게 최루탄을 지급하거나 시위 현장에 무장 병력을 투입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군 관계자는 "시위 도중 군사시설물을 훼손하거나 장병들을 폭행하는 사람은 반드시 붙잡아 경찰에 신병을 넘기겠다"고 밝혔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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