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영화, 생각의 보물창고]나니아 연대기

  • 입력 2006년 5월 9일 03시 00분


그래픽 이혁재 기자
그래픽 이혁재 기자
《오늘은 영화 ‘나니아 연대기-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 대해 말해 볼게요. 네 남매의 아찔한 모험을 담은 이 영화는 반인반수(半人半獸·반은 사람이고 반은 짐승)의 기괴한 생물체들과 각종 동물들, 무시무시한 마녀까지 총출동하는 판타지물이죠. 그런데 여러분, 눈치 채셨어요? 이 영화 속에는 성경의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1] 스토리라인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폭격을 피해 네 남매는 런던을 떠나 디고리 교수의 시골 별장으로 갑니다. 여기서 남매는 마법의 옷장을 통해 신비로운 나니아의 세계로 들어서죠. 나니아는 하얀 마녀에게 점령당해 100년 간 크리스마스를 잊은 채 긴 겨울을 보내고 있어요. 하지만 나니아의 동물들은 마녀를 물리칠 누군가가 나타나리라는 예언을 믿고 있죠. 하얀 마녀는 이들 남매를 없애려 합니다. 남매 중 셋째인 에드먼드는 마녀의 유혹에 말려들어 다른 남매들이 숨은 곳을 발설하죠. 이때 나니아 주민들이 유일한 왕으로 떠받드는 사자 아슬란이 홀연히 나타나 남매를 돕습니다. 에드먼드는 과오를 뉘우치고, 네 남매는 목숨을 바쳐 마녀에게 대항합니다. 마녀는 최후를 맞죠. 나니아에는 드디어 봄이 찾아옵니다.

[2] 주제 및 키워드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개의 단어를 꼽아보세요. 과연 뭘까요?

우선 ‘예언(prophecy)’이란 단어가 떠올라요. 마녀의 횡포에 시달리면서도 나니아 주민들이 희망을 잃지 않는 건 그들에겐 빛나는 예언이 전해져 내려오기 때문이죠. 예언은 바로 “아담의 두 아들과 이브의 두 딸이 하얀 마녀를 물리치면 나니아에 평화가 온다”는 내용이고요.

그럼 다음 질문을 해 볼게요. 예언이 실현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맞아요. 나니아 주민들이 ‘예언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믿고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죠. 또 네 남매 역시 자신들이 예언 속 ‘아담의 두 아들과 이브의 두 딸’이란 사실을 굳게 믿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마녀 일행에 결사 대항할 수 있었던 거죠. 여기서 두 번째 키워드가 나오죠. 그건 바로 ‘믿음(belief)’이었어요.

결국 이 영화는 ‘믿음을 통한 예언의 실현’이라는 메시지를 부각시키면서 궁극적으로는 악(惡)을 물리치고 자유를 찾는 인간의 투쟁을 말하고 있죠.

[3] 생각 넓히기

벌써 짐작했겠죠? 인간을 ‘아담의 아들과 이브의 딸’로 표현하는 영화 내용에서 이미 기독교의 냄새를 맡을 수 있으니까요. 이 영화는 ‘나니아 연대기’라는 판타지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죠. 1950년 처음 나온 이 소설은 ‘20세기 가장 뛰어난 기독교작가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C S 루이스가 어린 조카에게 성경 이야기를 알기 쉽게 들려주기 위해 쓴 동화라고 해요.

성경의 내용이 직접적으로 담긴 대상은 사자 아슬란이에요. 나니아에 사는 비버 부부가 아슬란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가를 엿들어볼까요.

“이 숲의 유일한 왕이고, 이 왕국의 지도자이자, 진짜 왕이야.”

이 ‘왕’은 죽을 운명에 처한 에드먼드를 대신해 자신을 희생해요. 마녀에게 갖은 수모를 당해가며 죽죠. 아슬란의 이런 모습은 인간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의 수난을 연상시켜요. 돌 탁자 위에서 죽은 아슬란은 얼마 뒤 다시 살아나는데요, 이건 영락없이 예수의 ‘부활’과 겹쳐지죠. 부활과 함께 쩍하고 갈라지는 돌 탁자(Stone Table)는 십계명이 적힌 모세의 ‘석판’을 떠올리게 하고요.

이뿐만이 아니에요. 다른 남매들의 은신처를 고자질하는 에드먼드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은화 서른 닢에 예수를 팔아넘긴 배신자 ‘유다’와 닮았죠. 아슬란의 최후와 부활을 곁에서 지키는 루시와 수잔은 막달라 마리아를 떠올리게 하고요. 달콤한 터키 과자로 에드먼드를 유혹하는 하얀 마녀는 선악과를 미끼로 아담과 이브를 악의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사탄이나 다름이 없어요.

[4] 뒤집어 생각하기

영화 도입부를 볼까요? 독일군의 폭격이 빗발치는 위기상황에서 에드먼드는 방공호로 대피하다 말고 발길을 돌려요. 집에 놓아둔 아버지 사진을 가져오기 위해서죠. 이런 행동 때문에 에드먼드는 “너 때문에 다 죽을 뻔했다”면서 힐난하는 형 피터와 갈등을 일으켜요.

무심코 지나쳤을지도 모르지만 이 장면은 아주 중요해요. 전쟁터로 나간 아버지를 에드먼드가 그리워한다는 의미 말고도, 에드먼드가 아버지의 빈자리를 대신해 가족을 이끄는 ‘크고 센’ 존재가 되기를 욕망한다는 속뜻을 품고 있으니까요.

에드먼드와 큰형 피터는 아버지가 없는 틈을 타 부권(父權)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죠. 에드먼드가 왜 마녀에게 넘어갔나요? 마녀가 “너 정도면 나니아의 왕이 될 수 있다. 그러면 형을 신하로 삼을 수 있고…”하고 유혹하면서 형을 누르고 아버지의 자리를 차지하고자 하는 동생의 욕망을 자극했기 때문이잖아요.

[5] 내 생각 말하기

사자 아슬란에겐 ‘구원자’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구현되고 있다고 했어요. 이렇게 추상적인 개념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다른 구체적인 대상에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알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을 ‘알레고리(allegory)’, 우리말로는 ‘풍유(諷諭)’라고 하죠.

여기서 궁금한 점이 있어요. 예수 그리스도는 왜 사자라는 동물에 빗대어졌을까요? 아슬란은 왜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하필 사자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왜 호랑이도 코끼리도 코뿔소도 아닌, 사자의 모습일까요? 한번 깊이 생각해 보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 보세요.

참, 이번엔 온라인 강의를 꼭 참조해 주세요.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을 표현한 분들에겐 깜짝 선물을 드리니까요. 이러다가 이 코너가 ‘생각의 보물창고’ 뿐 아니라 ‘선물의 보물창고’까지 되는 건 아닐까 모르겠네요(^^).

☞정답은 다음 온라인 강의에

우수한 답안 제출하면 선물드립니다

이승재 기자 sid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