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이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전문가들의 얘기를 바탕으로 정리한 가까운 장래 한국사회의 모습이다.
2005년 합계출산율 1.08의 충격을 감안하면 이런 사회가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여성 1명이 평생 1.08명의 자녀만 출산한다면 인구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 출산율 하락 속도 너무 빠르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최근 ‘저출산 고령화 극복 전국간담회’에서 내놓은 자료에는 급격한 출산율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잘 드러나 있다.
위원회는 이 자료에서 “(급격한 출산율 저하로) 고령화가 세계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나 대비할 수 있는 사회적 준비가 미흡해 문제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1980년 2.83이던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83년 인구의 현상 유지가 가능한 2.1 아래로 떨어진 이후 22년 만에 1.08로 1.00 선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8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 시기도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2001년 추계 때만 해도 한국의 고령사회 도달연도는 2019년이었으나 계속 당겨지는 추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최경수(崔慶洙) 연구위원은 “2005년 출산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전문가 누구도 예상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젊은 인구 없인 성장도 어렵다
KDI는 2004년 말 국내 처음으로 출산율이 잠재성장률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았다.
6가지 출산율 시나리오를 갖고 잠재성장률을 예측했는데 이 중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2035년 합계출산율 1.0일 경우였다.
이 경우 잠재성장률은 2003∼2010년 4.57%에서 2021∼2030년에 2.94%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총취업자 증가율은 2020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08로 나타남에 따라 현실은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보다도 더 비관적이어서 성장잠재력은 훨씬 빨리 떨어질 것이 확실하다.
합계출산율 1.0의 시기를 2035년으로 가정하더라도 가장 왕성하게 일하는 25∼64세 인구는 계속 줄어 2016년 3650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게 된다. 일할 수 있는 노동력도 2015년엔 63만 명이 부족하고 2020년에는 152만 명이 모자랄 것으로 한국노동연구원은 분석했다.
생산가능인구의 평균 연령도 2005년 42.4세에서 2020년이면 45.7세, 2030년이면 46.6세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자동차 권수덕(權洙德) 이사는 “근로자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하락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기업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저출산으로 인해 젊은 세대가 줄면서 기업들이 입게 될 가장 큰 리스크는 소비파워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 각종 제품의 주 소비층인 젊은 세대가 주는 반면 고령층을 위한 서비스는 실제 기업 매출이나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 줄어드는 학생에 세대 갈등까지
전문가들은 경제적인 문제보다 사회적인 문제를 더욱 염려스러워 한다.
즉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서 젊은 세대가 부담해야 할 몫이 급증하면서 세대 간 갈등이 현실화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실제 고령층의 1인당 진료비는 15∼44세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수준이어서 저출산 고령화사회로 갈수록 지급해야 할 건강보험금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를 부담해야 할 젊은 세대가 줄고 있어 사회 갈등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저출산으로 학생은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초등학교 학령인구는 2005년 401만7603명에서 2020년 261만8394명으로 140만여 명(34.8%)이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교 학령인구는 지난해 206만3876명에서 2020년 136만322명으로 34.1%, 고등학교는 지난해 183만9810명에서 2020년 137만5738명으로 25.2% 줄어드는 것으로 발표됐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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