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故김도현 영결식…그는 끝까지 조종간 잡았다

  • 입력 2006년 5월 9일 03시 00분


어린이날인 5일 경기 수원시 공군10전투비행단 비행장에서 열린 에어쇼 도중 추락해 숨진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 소속 김도현(33·공사 44기·사진) 소령은 정상적인 비행을 위해 최후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군은 “사고조사위원회에서 김 소령의 시신 상태를 확인한 결과 왼손은 스로틀을, 오른손은 조종간을 잡고 있었다”고 8일 밝혔다.

스로틀(throttle)은 항공기 가속 및 감속을 할 때 사용되는 엔진 출력 조절 레버로, 앞으로 밀면 출력이 높아져 가속도가 붙고 뒤로 당기면 속도가 떨어진다.

이로 미뤄 볼 때 김 소령은 A-37이 상승하지 못하고 추락하는 순간에도 기체를 정상적으로 운항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으로 보인다.

공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A-37의 비상탈출 고도는 2000피트(약 600m)지만 지상 500피트(약 150m)의 초저고도 임무도 수행하는 만큼 낮은 고도에서 비상탈출을 하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아빠는 하늘나라로 갔단다”
에어쇼 도중 산화한 김도현 소령의 아들 건우 군이 8일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분향하고 있다. 사진 제공 공군

한편 김 소령의 영결식이 8일 강원 원주시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 유족과 동료 조종사, 부대 장병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비행단장 강충순 준장은 “청운의 꿈을 펴지도 못한 채 순국하신 그대를 생각하며 가슴 깊이 북받쳐 오르는 슬픔과 비통함을 참을 길이 없다”며 “육신은 창공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살신보국의 숭고한 정신은 우리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 44기 동기생 대표인 고준기(33) 대위는 “지금도 살아 있어 귓전을 울리는 듯한데…. 돌아서면 바로 보고 싶겠지만 이제는 너를 보낸다”며 오열 속에 추모사를 낭독했다.

유해는 오후 3시 대전국립묘지에 안장됐다. 정부는 김 소령의 국가와 민족을 위한 위국헌신과 살신성인의 희생정신을 기려 7일 비(非)전시상황에서 군인에게 주는 최고의 훈장인 보국훈장 삼일장을 추서했다.

원주=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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