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김대중 정부 시절 여권 인사들과 가깝게 지낸 김 씨가 부동산매매로 벌어들인 회사수익 중 상당액을 빼돌려 정·관계에 제공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는 9일 이른바 '기획부동산' 사기로 212억원을 챙기고 회사 공금 245억원을 횡령하는 한편 법인세 89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삼흥그룹 회장 김현재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삼흥그룹 계열사 사장 박모 씨 등 7명을 구속기소하고 회사 임원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3년 5~12월 충북 제천의 계산관광지 일대 땅이 사업용으로만 공동 개발할 수 있는 부지인데도 "개인용으로 펜션을 지어 고소득을 볼 수 있다"며 강모 씨 등 90여명에게 고가에 속여 팔아 100여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2003년 8월부터 2005년 8월 사이 전북 무주, 경기 이천, 경기 용인 등 부동산개발 호재가 있지만 부지의 용도변경 등이 어려운 대규모 땅을 헐값에 사들인 뒤 개발 가능성을 미끼로 고가에 되팔아 100여명에게서 100여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있다.
이들 4개 지역의 부동산매매 사기 피해자는 213명으로 파악됐지만 수사가 확대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조사 결과 '기획부동산 사관학교'라고 일컬어지는 삼흥그룹의 창업자 김 씨는 2001년부터 5년간 5개 계열사를 통해 전국 20여 곳의 땅을 매매해 5318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각 계열사별로 텔레마케터 120~150명씩 500여명을 고용해 전화번호부에 기재된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허위 또는 과장 사실을 알려 땅투기에 끌어들였다고 검찰이 전했다.
검찰은 김 씨가 횡령한 245억원 중 24억원을 자신이 사주로 있는 호남매일신문에 지원하고 20억원을 골프장 부지매입에 사용한 사실 등 215억원의 용처를 규명하고 나머지 30억원의 행방을 좇고 있다.
용처가 불분명한 30억원은 김 씨가 2003년부터 2005년 사이에 회사 임직원 등 명의로 양도성예금증서로 구입한 돈이다.
검찰은 호남 출신인 김씨가 김대중 정부 당시 실세였던 K 전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았고,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열린우리당 산하 위원회의 위원 등을 역임한 점 등으로 미뤄 정치권에 불법자금 등을 제공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이 자금이 정치권 등으로 유입됐는지 확인하는 한편 추가로 조성된 비자금이 있는지도 추적하고 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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