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사기·자선사업’ 두 얼굴의 김현재 씨

  • 입력 2006년 5월 9일 14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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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을 속여 200억원을 챙기고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9일 구속 기소된 김현재(47) 삼흥그룹 회장은 국내에 '기획부동산 사업'을 처음 도입한 인물로 유명하다.

김 회장은 개인이 조금씩 땅을 사는 투자 방식을 벗어나 일정 구역의 토지를 한꺼번에 구입한 뒤 이를 잘게 나눠 다수의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의 새 부동산 투자개념을 도입해 큰 성공을 거뒀다.

김 씨는 1980년대 중반 군소 부동산 사무소의 사무장으로 일하면서 '기획부동산' 개념을 처음 고안해냈고 1990년대 중반 이후 소규모의 기획부동산 사업을 벌이며 세를 불려나갔다.

김 씨는 1999년 삼흥월드를 설립한 뒤 몇 차례 상호를 바꿔가며 계열사를 확장해갔고 2003년 삼흥인베스트, 삼흥에스아이, 삼흥피엠, 삼흥센추리, 삼흥에프엠 등 5개 계열사를 지닌 그룹을 만들어 대대적인 기획부동산 사업을 벌였다.

2001년 250억원, 2002년 696억원이던 삼흥그룹의 매출은 2003년 1687억원, 2004년 1667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삼흥그룹에서 '실력'을 키운 직원들이 회사를 나가 다른 기획부동산 업체를 잇달아 세워 삼흥그룹은 '기획부동산 사관학교'로 불리기도 했다.

특히 김 씨는 부동산 업자들 사이에 '물건'이 될 만한 땅을 골라내는 감각을 인정받기도 했으며 실제 일부 투자가 성공해 큰 돈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김 씨는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투자자들에게 토지 개발 계획을 부풀려 투자금 수백억원을 챙기는 '범행'을 저지르는 와중에도 왕성한 자선사업과 사회활동으로 '자선사업가'의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데 주력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소년원생 등 수형자들을 위한 장학 사업에도 뛰어든 김 씨는 소년원생들을 위한 거액의 장학금을 쾌척하는 등 법무부 행사에 자주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2003년 1월에는 평소 친분이 있던 정치인의 아호를 딴 H재단을 만들어 소년수형자 지원활동을 꾸준히 펼쳤다.

김 씨는 국민의 정부 시절 일부 여당 인사들과 막역한 관계를 유지했고 참여정부의 실세 의원들과도 교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2000년 새천년민주당 경기도지부 국정자문위원을 맡았으며 지난해 3월에는 열린우리당 민생경제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이보다 앞선 1990년대 후반에 호남매일신문을 사들여 지방언론 사주가 됐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라남도 부의장을 맡았던 김씨는 2004년 12월 정부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김 씨는 2004년 기획부동산 사기 수사를 벌이던 서울중앙지검 강력부(현 마약조직범죄수사부)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영장이 기각돼 사법처리를 면한 바 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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