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년학연합회 초청으로 방한한 미국 고령사회 문제의 대가 페르난도 토레스 길 박사를 9일 숙소인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만났다. 그의 이번 방한기간에 통역과 수행은 한국인 제자 김범중(32·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박사과정) 씨가 맡았다.
―방문기간 중에 사상 최저의 합계출산율 발표가 있었다.
“우연의 일치로 오늘 조간을 보고 나 자신도 놀랐다. 한국이 이러한 출산율을 유지한다면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현재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어제는 대통령정책자문위원회 관계자들을 만나 좌담을 한 것으로 아는데 어떤 조언을 해 주었는지 소개할 수 있는가.
“현 상황에서 한국이 택할 수 있는 4가지 선택에 대해 말했다. 첫째는 가족친화적인 출산장려정책 추진이고, 둘째는 국가 경쟁력 유지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의 수입을 본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 셋째는 정년연장 등 노인 노동력 활용, 넷째는 북한 노동력 활용 방안 마련 등이다.
―모두 쉽지 않은 선택들로 보이는데….
“시행과정에서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다. 먼저 출산장려정책은 엄청난 비용과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성공한 나라가 많지 않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또 북한 노동자 활동문제는 평화적 통일에는 기여하겠지만 동서독의 경우 어떤 부작용이 있었는지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미국의 백악관이 고령화문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10년에 한 번 주기로 사회 각 분야가 참여하는 노인문제 콘퍼런스를 여는 것처럼 한국도 청와대 주도로 노인문제 회의를 개최할 것을 건의했다.”
―외국인 노동자 수입문제는 한국 같은 단일민족국가에서는 문화와 가치관이 서로 달라 갈등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국이 계속 단일민족국가를 고집하다가는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갈등에 대한 해결책은 1992년의 로스앤젤레스 흑인 폭동사건과 그 후 한인사회의 대응책이 참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시 큰 피해를 본 한인사회는 평소 타 인종과 더불어 어울리지 못했던 태도를 자성하고 흑인 라틴계 등과 융화하는 노력에 나서 지금은 함께 잘 살고 있다.”
―이번 방한을 통해 중앙대 연세대 서울대 등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노인복지정책에 관한 국제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도 하는데 당신이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를 요약해 달라.
“먼저 한국 정부는 더는 지체 없이 노인문제에 대해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는 것과 그 방안 마련에 있어 가족의 중요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한국은 전통적인 효 문화가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매우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가족이 노인을 적극 부양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 등도 노인문제 해결에 있어 가족의 기능회복을 위해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전통적 효 문화를 기대하기에는 한국사회가 너무 변해버린 측면도 있다.
“인정한다. 젊은 세대가 서구화되면서 그렇게 됐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가정 지역사회 공공분야 등에서 부담을 적절히 분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가족이 부담을 너무 많이 떠안지 않도록 해 주어야 한다.”
―고령화사회를 맞는 한국의 젊은이들에 대한 충고는….
“스스로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와 사회도 젊은이들로 하여금 생애 전반에 걸쳐 노후를 대비하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같은 베이비붐 세대라도 미리 준비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노후 생활은 다르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페르난도 토레스 길 박사는
길 박사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공공정책대학원 학장서리를 맡고 있으며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미 연방 보건사회부 노인복지 문제 초대 차관을 지냈다.
미국 노인학회 대표를 지냈고 현재 미국사회 보험학회 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고령화사회 분야에 대해 4권의 책과 8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는 그는 미국 내 노인복지 분야의 영향력 있는 인물 5인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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