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수정]‘스승의 날’이 괴로운 스승들

  • 입력 2006년 5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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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교사들에게 5월 15일 ‘스승의 날’은 언제부터인지 차라리 없애고 싶은 날이 돼 버린 것 같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사 12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1.8%가 스승의 날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하는 데 찬성했다. 실제로 올해는 70% 이상의 학교가 휴업할 예정이라고 한다.

스승의 날이 촌지나 선물을 받는 날인 것처럼 불필요한 오해를 받느니 하루 쉬는 것이 훨씬 마음 편하다는 판단에서다. 1964년 스승의 날이 제정된 후 스승의 날에 이처럼 많은 학교가 휴업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국가청렴위원회가 스승의 날을 맞아 대대적인 촌지수수 단속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혀 교사들을 더욱 씁쓸하게 하고 있다.

청렴위는 16개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교육청이 각종 찬조금의 모금과 갹출을 불허하고 학부모로부터의 촌지수수 행위도 공무원 행동강령에 의해 금지된다는 점을 일선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알려 달라”고 권고했다.

지난해에는 단속 요원들이 교무실 캐비닛을 열어 보고 여교사의 핸드백까지 뒤져 과잉 단속이란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정년을 앞둔 한 중학교 교사는 “스승의 날만 다가오면 괜히 마음이 불편해지고 씁쓸한 기분이 들어 휴업하는 게 낫다”며 “그러나 제자들이 쑥스러워하면서 불러주는 ‘스승의 은혜’ 노래를 듣지 못한다는 것은 좀 서운하다”고 말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란 말이 있을 정도로 존경을 받았던 스승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것은 세상이 바뀐 탓도 있지만 교사 스스로에게도 책임이 있다. 묵묵히 교육에 헌신하는 교사가 대다수이지만 학생을 ‘볼모’로 금품이나 향응을 받는 사례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자식만 잘 봐주길 바라는 이기적인 학부모의 태도도 교단을 혼탁하게 하는 큰 원인 중 하나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이 촌지를 주는 학부모도 처벌하자는 입법청원을 내기로 한 것도 잘못된 인식을 바꿔 보자는 취지에서다.

이번 스승의 날에는 거창한 행사나 선물보다 기억나는 은사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e메일,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신수정 교육생활부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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