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10일자 A6면 참조
변현철(邊賢哲) 대법원 공보관은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할 수 있다”며 “영장을 기각하거나 발부한 것은 해당 법원의 판단인 만큼 별도 의견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선 판사들은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한 사안에 대해 검찰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공개 비판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추리 사건은 수사기관 입장에서 볼 때 결코 가벼운 사안은 아니지만 법원이 검찰과 똑같은 입장에서 판단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그는 “공안사건에 대해 무조건 구속부터 시켜놓고 보자는 과거의 시각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며 “영장 기각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영장을 보완해 다시 청구하는 것이 올바른 사무처리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검찰이 영장발부 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 같다”며 “모든 국가기관이 사안을 같은 시각으로 본다면 개인의 인권은 어디서 보장받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지방 고법의 한 판사는 “양형 판단에 필요한 정도의 범죄사실 소명을 요구한 것을 부당하다고 지적하지만 인신구속은 그만큼 신중하게 결정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중견 판사는 “검찰과 달리 법원은 사안의 공적인 중요성 외에도 개인의 인권보호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혐의에 대한 최종 판단은 선고 때 이뤄지는 것”이라며 “구속 여부가 애매하다고 무조건 구속부터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아닌 시위 전력을 영장 발부 사유로 삼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만 영장 발부 시엔 직업이나 거주지, 연령 등도 고려한다”며 “나이 어린 대학생과 일반 시민이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폭력 행위가 일시적이고 집단적으로 일어난 만큼 관련자들끼리 진술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없다는 것.
또 다른 중견 판사는 “석 지청장이 구속적부심 제도를 통해 구속수사의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는 이 제도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구속적부심은 구속 후 불가피하게 상황이 변경됐을 때 구속 상태를 해제하는 사후보완적 성격의 제도”라며 “이는 일단 구속부터 하고 상황 봐서 취소하는 제도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재경 지법의 한 판사는 “검찰은 구속영장을 발부하는데 유죄 선고 정도의 범죄사실 소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냐고 반발하지만 일반 시민이나 대학생들을 무조건 구속시켜야 한다는 검찰의 시각도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판사는 “법관이 영장발부 기준도 모르고 업무를 처리하진 않았을 텐데 검찰이 이번 사건을 감정적으로 바라보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석 지청장은 9일 본보 기고문을 통해 “(법원이) 공공의 책무를 수행하는 경찰을 향해 죽봉을 든 행위를 단순 가담자로 분류한 점은 공감하기 어렵다”며 법원의 무더기 영장기각에 유감을 나타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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