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입양]11일 1회 입양의 날

  • 입력 2006년 5월 11일 03시 03분


마흔이 넘어 생후 한 돌이 된 두 아이를 입양한 주부 이준희 씨는 매일의 삶이 행복하다고 했다. 입양의 날을 하루 앞둔 10일 이 씨가 은지(왼쪽), 예지와 함께 피아노를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재명  기자
마흔이 넘어 생후 한 돌이 된 두 아이를 입양한 주부 이준희 씨는 매일의 삶이 행복하다고 했다. 입양의 날을 하루 앞둔 10일 이 씨가 은지(왼쪽), 예지와 함께 피아노를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재명 기자
《‘입양은 가슴으로 낳은 사랑입니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아이를 어떻게 가족으로 받아들이냐는 사람들이 아직까지는 많다. 혹시 이상하게 볼까 하는 생각에 입양 사실을 숨기는 가족도 있다.

정부는 이런 문화를 극복하고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5월 11일을 입양의 날로 정했다. 가정의 달(5)에 한 가정(1)이 한 명의 아동(1)을 입양하자는 취지에서다. 첫 입양의 날 기념행사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입양가족과 단체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이날 행사에서 2남 1녀의 입양아를 키우면서 한국입양홍보회를 꾸려가고 있는 한연희 회장이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또 주부 이준희 씨와 34년간 입양기관에 근무하면서 국내 입양문화를 확산시킨 동방사회복지회 김영복 사무총장이 각각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다.》

▼두딸 입양뒤 나타난 장애 끌어안은 이준희씨▼

주부 이준희(49·서울 송파구 석촌동) 씨는 요즘 늦둥이인 두 딸의 재롱에 푹 빠져 있다. 그러고 보니 예지(6)와 은지(5)가 어리광이 부쩍 늘었다.

이 씨는 뒤늦게 두 딸을 또 내려주신 하늘에 감사하고 있다. 비록 ‘배’로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2000년 새해 첫날. 경기 안산시 대부도로 가족 나들이를 가던 중이었다. 이 씨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이를 입양하면 어떨까?”

의외로 가족은 흔쾌히 동의했다. 지금은 성인이 된 큰아들(25)과 딸(20)은 동생이 생긴다는 사실에 살짝 들뜬 것 같았다.

이 씨는 자주 몸이 아팠다. 허리 디스크가 악화돼 고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버려진 아이들을 볼 때는 허리보다 마음이 더욱 아팠다.

몸과 마음이 모두 행복해질 방법은 없을까? 이 씨는 아이를 입양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2000년 7월 예지를, 2002년 1월 은지를 차례로 입양했다.

두 딸이 생긴 기쁨도 잠시였다. 은지를 입양한 몇 달 뒤 오른쪽 다리가 왼쪽에 비해 짧은 것을 발견했다. 뇌성마비였다.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아이의 운명이 너무 가여웠다.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2004년 봄에는 예지마저 손과 발바닥이 두꺼워지는 선천성 피부병인 ‘수족 각화증’ 진단을 받았다. 치료약도 없는 유전병이었다.

사랑의 기적인지 최근 두 아이의 상태가 극적으로 좋아졌다. 특히 은지는 자세가 불안하기는 하지만 뛸 수도 있게 됐다.

“예지와 은지는 ‘가슴’으로 낳았다고 생각해요. 입양은 결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새로운 행복으로 가는 길이 될 수 있어요.”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인터넷방송으로 ‘아름다운 가족’ 홍보 홍선희씨▼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관에서 인터넷 라디오방송 ‘입양만세’를 진행하는 홍선희 씨. 두 아이를 입양한 홍 씨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입양 관련 사연을 전한다. 김재명 기자
“전국에 계신 입양 가족 여러분 연휴를 잘 보내셨습니까? 어버이날 아침, 아니 어버이날 오후에 보내드리는 입양만세입니다.”

홍선희(45·여) 씨는 실수가 멋쩍은 듯 눈을 찡긋하며 경쾌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는 홀트아동복지회가 운영하는 인터넷 라디오방송 ‘입양만세(adoption.inlive.co.kr)’의 진행자다. 지난달 13일 시작된 이 방송은 매주 월, 목요일 오후 2시부터 두 시간 동안 진행된다.

홍 씨는 12년 전 딸을, 11년 전 아들을 비밀리에 입양했다. 그는 이를 이웃에게조차 숨겨오다 2004년 전국입양가족대회에 참가하면서 ‘커밍아웃’을 했다. 이 대회에서 “끝까지 (입양 사실을) 숨길 수 없다면 부모가 직접 알려주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들은 홍 씨는 용기를 냈다.

아이들은 입양 사실을 듣곤 엄마가 장난을 치는 줄로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입양됐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엄마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엄마가 돼 줘서 고마워요.”

다음 날 눈이 퉁퉁 부은 딸이 홍 씨의 품에 안기며 한 말이었다.

홍 씨는 이 일을 계기로 입양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으며, 입양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는 생각에서 방송 진행을 자청했다.

홍 씨는 “입양 가족이 사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 줘 입양아를 둔 가족도 일반 가족과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과 함께 입양에 대한 사연을 소개하고 다른 입양 가족들과 정보를 교환한다. 처음 10여 명에 불과했던 청취자도 어느덧 30∼40명으로 늘었다.

홍 씨는 앞으로 함께 방송을 진행할 입양 부모 한 명을 더 찾아 매일 방송할 계획이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신광영 기자 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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