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또 집회…긴장의 평택 현지 르포

  • 입력 2006년 5월 12일 03시 01분


“미군기지 이전 찬성”경기 평택시 팽성읍의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정문 앞 로데오거리에 11일 미군기지 이전 반대를 비판하는 플래카드와 한미 양국 국기가 걸려 있다. 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평택 범대위가 14일 평택에서 집회를 열기로 하자 보수단체도 18일부터 서울과 평택에서 이전 지지 대회를 열기로 결정해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평택=김미옥 기자
“미군기지 이전 찬성”
경기 평택시 팽성읍의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정문 앞 로데오거리에 11일 미군기지 이전 반대를 비판하는 플래카드와 한미 양국 국기가 걸려 있다. 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평택 범대위가 14일 평택에서 집회를 열기로 하자 보수단체도 18일부터 서울과 평택에서 이전 지지 대회를 열기로 결정해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평택=김미옥 기자
주말 집회가 예정된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는 11일에도 군과 경찰, 주민들 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졌다. 군부대가 숙영 중인 논에는 군용헬기가 군수품을 실어 날랐고 대추리 상공에도 정찰용으로 보이는 헬기가 저공으로 날아다녔다. 군 공병대의 굴착기는 시위대의 침입에 대비해 군 철조망 주변에 수로와 둑을 쌓아 올리는 작업을 계속했다. 일부 수로에는 물이 흘렀고 철조망도 이중 삼중으로 설치됐다.

대추리 입구에는 마을 주민 5, 6명이 길목을 막고, 외부인들의 신분을 일일이 캐묻고 되돌려 보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주민들은 “정부와 언론이 우리가 보상이나 더 받으려고 이러는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며 “군과 경찰이 주말 집회를 봉쇄하더라도 우리는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추리와 도두리 주민들을 제외한 나머지 팽성지역 주민들의 시각은 또 달랐다.

캠프 험프리스(K-6) 미군기지 정문 일대에는 미군기지 확장을 환영하고 폭력시위를 반대하는 플래카드 20여 개가 내걸렸다. 팽성상인연합회장 김기호(64) 씨는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이 선후배간이고 친인척이라 그냥 두고 보아 왔는데, 외부 세력이 들어와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더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20일 K-6 정문 앞에서 팽성지역 주민과 상인들이 모여 주한미군 재배치 환영 및 상권 수호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한편 11일 여야 4당 인권위원장들은 4일과 5일 있었던 대추분교 강제철거와 군과 시위대의 충돌 과정에서 있었던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이기 위해 대추리를 찾았다.

열린우리당 이원영, 한나라당 정인봉, 민주당 조용익, 민주노동당 이덕우 인권위원장 등 4당 인권위원장이 현장에 도착하자 주민들의 호소와 비난이 이어졌다.

인권위원장들이 보상 문제를 거론하자, 주민들은 “정치권은 매일 딴 짓들만 하지 말고 평택의 실상을 제대로 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범대위 “집회 강행” 보수단체 “공권력 수호”▼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의 14일 평택 집회를 앞두고 보수단체들이 연대모임을 결성하고 주한미군기지 평택 이전을 지지하고 나서는 등 평택 사태를 놓고 보수와 혁신 세력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날 세우는 보-혁=범대위는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3일 서울, 14일 경기 평택에서 예정대로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이번 집회는 1980년 광주에서 시민들이 군경과 맞서 싸웠던 뜻을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5·18정신 계승대회’로 치러진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행동본부, 기독교사회책임, 뉴라이트전국연합, 선진화국민회의,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자유시민연대 등 250여 개 보수단체는 이날 모임을 열고 ‘자유민주 및 공권력 수호 비상국민회의’를 결성했다.

이들 단체는 1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국군격려 국민궐기대회’를 연다. 20일에는 팽성상인연합회와 함께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K-6) 미군기지 인근에서 ‘미군기지 확장이전 지지 결의대회’를, 23일에는 서울시청 앞에서 ‘공권력 수호 비상국민회의’ 출범식을 연다.

▽검경, “평택 집회 원천봉쇄”=수원지검은 이날 경찰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안대책협의회를 열고 14일로 예고된 평택 집회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할 경우 가담자를 엄중 처벌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과정에서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문정현(범대위 상임 공동대표) 신부 등 범대위 핵심간부 10여 명을 소환 조사키로 했다. 검찰은 또 4, 5일 시위와 관련해 영장이 기각된 44명과 범대위 간부들에 대해 자료가 확보되는 대로 영장을 재청구하기로 했다.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국민 81% “평택 폭력시위 반대”▼

경기 평택시로의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측이 벌이고 있는 폭력시위에 대해 국민 10명 중 8명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무조정실이 여론조사기관인 TNS에 의뢰해 7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해 11일 발표한 결과이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81.4%가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와 관련해 ‘어떠한 이유든 폭력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필요하면 폭력시위를 해서라도 미군기지 이전은 저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17.0%였다.

미군기지 이전 터인 팽성읍 대추리 일대의 주민이 아닌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개입해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응답자 중 65.6%가 ‘주민생존권을 명분으로 외부단체들이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답했다. ‘외부 단체가 개입해서라도 막아야 할 문제’라는 의견은 30.1%였다.

평택시위의 성격에 대해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정치이념투쟁’(60.2%)이라는 견해가 ‘주민들의 생존권 투쟁’이라는 응답(34.1%)보다 훨씬 많았다.

주한미군 철수 주장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74.5%인 데 비해 ‘미군기지 확장이전을 저지하고 주한 미군도 철수시켜야 한다’는 22.2%에 불과했다.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해서는 ‘매우 중요’ 32.7%, ‘다소 중요’ 49.7%, ‘별로 중요한 역할을 못하고 있다’ 14.3%, ‘전혀 중요한 역할을 못하고 있다’ 2.3% 등으로 조사됐다.

시위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서는 ‘정당한 권리주장이라는 점에서 평화적 시위는 용인해야 한다’(49.3%)와 ‘경찰력을 추가 투입해서라도 빠른 시일 안에 폭력시위를 근절시켜야 한다’(47.0%)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