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미영(45·서울 송파구 방이동) 씨.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이 학교에서 치른 수학시험지만 받아들면 속상해서 하는 말이다.
“몰라서 틀렸다고 하면 포기나 하죠. 벌써 초등학교 6학년인데 틀린 수학문제를 집에서 풀어보라고 하면 맞게 푸는 녀석이 왜 시험 볼 때는 만날 틀리는지….”
큰애가 초등학교 때부터 건성건성 시험을 보다가 꼭 한두 개씩 틀리는 버릇이 있다는 주부 곽지영(39·서울 은평구 갈현동) 씨는 아이가 중학생이 된 요즘 ‘실수’가 ‘실력’으로 굳어진 것은 아닌가 싶어 불안하다.
“중학교 2학년인 지금도 아는 문제를 실수로 틀리는 것은 여전하더군요. 남자아이라서 이과를 보냈으면 하는데 수학이 ‘약하면’ 원하는 대학 전공을 선택할 수 있을지….”
요즘은 초등학교 시험기간이다. 교육인적자원부 방침에 따라 초등학교에서 학력평가 시험을 치르지 않던 때에도 초등학교에서는 수학경시대회를 치를 만큼 수학은 중시되어 왔기 때문에 엄마들에게 아이들 수학성적은 초미의 관심사.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민성이(가명·6·서울 강동구 성내동)는 일주일에 한 번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교구를 이용해 놀며 수학의 기본개념을 익힌다.
여기에 매일 ‘수학나라’ ‘재능교육’ ‘기탄수학’ 등 3종류의 수학학습지를 풀고 있다.
민성이의 엄마 장모(37) 씨는 “얼핏 들으면 너무 많이 시키는 것 같지만 ‘수학나라’는 수학적인 논리 서술 개념을 익히기 위해, ‘재능교육’은 초등학교 1학년 과정을 선행학습하기 위해, ‘기탄수학’은 연산훈련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마들은 왜 유난히 수학 과목에 대해 실수로 많이 틀린다고 느끼는 걸까.
재능교육 스스로교육연구소의 수학팀 정순남 주임은 “수학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연산과정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기초가 부실한 채 진급하면 틀리는 것이 반복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주임은 “7차 교육과정에서는 복잡한 단위계산이 줄어든 대신 수학의 기본개념과 원리를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묻는 서술형 평가의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에 연산의 비중이 실제로 크지 않다”며 “연산 위주의 지나친 조기교육은 아이들에게 수학을 재미없는 과목이라는 생각만 심어주기 쉽다”고 말했다.
경기 광명시의 수학전문 최강학원의 최정인 원장은 “초등학교 아이들이 저지르는 수학풀이에서 실수는 80∼90%가 문제를 제대로 안 읽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최 원장은 “의외로 연산능력을 키우는 학습지를 많이 풀었던 아이들이 실제 시험에서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다가 의미를 간과해서 틀리는 것을 많이 본다”면서 “엄마들은 계산 때문에 틀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용어의 정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실수를 한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가정에서도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수학적인 개념을 익힐 수 있도록 100m를 직접 걸으면서 헥타르(ha)가 뭔지 실감할 수 있도록 하거나 페트병에 물을 넣어 중량과 부피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단위나 개념을 익히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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