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통 옆에는 국군 철모를 비롯해 수류탄, M1 소총 실탄 240여 발, 탄띠와 압박붕대, 숟가락 등 122점의 유품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리고 유품 옆에서 유해 1구가 발견됐다. 두개골과 팔, 다리 및 갈비뼈 일부만 남은 이 유해는 육군본부와 군사정전위원회의 합동 조사 결과 국군 전사자로 확인됐다.
유해가 발견된 지역은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6월 26일부터 9월 21일까지 국군2사단 17, 32연대와 중공군 20군 예하사단이 735고지를 놓고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여 수많은 전사자가 발생한 격전지였다.
DMZ 내에는 수많은 전사자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발굴을 위해선 정전협정 규정에 따라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과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또 대부분 미확인 지뢰지대여서 발굴 작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번 발굴 장소도 미확인 지뢰지대로 군은 유해 발견 직후 정밀 지뢰탐지작업을 벌인 뒤에야 발굴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육군 관계자는 “유해에 군번줄 등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유품이 없어 일단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신원을 확인한 뒤 국립묘지에 봉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DNA 검사에는 통상 2∼3개월이 걸리고 대조 작업까지 감안할 때 유해가 유족의 품에 안기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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