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교육현장/강화군 교동면 지석초등학교

  • 입력 2006년 5월 16일 06시 17분


“노는 토요일이면 도시 아이들은 부모를 따라 여행을 떠나거나 박물관에 가겠지만, 교동 섬마을 학생은 학교에서 음악을 합니다.”

수업이 없는 토요일인 13일 인천 강화군 교동면 삼선리 지석초등학교. 전교생 28명 가운데 14명이 김문자(50·여) 교사의 지도에 맞춰 플루트와 오카리나를 열심히 연주했다.

모내기철인 요즘 부모를 따라 논으로 나가지 않은 학생은 오전 7시부터 학교에 나왔다. 김 교사가 시켜준 자장면을 먹으면서 이날 오후 2시 반까지 연습을 거듭했다.

신예진(10·4년) 양은 “대학생이 되면 음악 하는 친구들과 콘서트를 열고 싶다”며 “선생님을 모셔와 즐거운 시간을 마련하고 싶은데 플루트를 잘 연주할지 걱정 된다”고 말했다.

강화도 창후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20분이면 갈 수 있는 이 학교는 영화 ‘선생 김봉두’에 나오는 강원도 산골마을과 같이 한적한 교정을 자랑한다.

교동도 서북단 끝자락에 자리 잡아 날씨가 좋으면 자전거 탄 북한 여성을 또렷이 볼 수 있다. 학교 앞쪽에는 바다와 함께 북한 연백평야가 펼쳐져 있고 뒤편엔 야트막한 산자락을 병풍삼아 숲 정원이 있다.

노경래 교장은 학생들의 쉼터 겸 교육장소로 활용할 수 있는 과학 동산을 손수 가꾸고 있다. 3월부터 시작된 ‘음악 인성교육’을 위해 모든 악기를 학교와 교사가 마련했다.

개인별로 지급된 하모니카, 오카리나, 단소는 학교의 학습자료비에서 지원했다. 또 수십만 원이 넘는 플루트 11개는 음악지도를 맡은 김 교사의 친구로부터 기증받았다.

학생들은 거의 매일 1∼2시간씩 악기 연주를 하고 매달 넷째 주 토요일에는 플루트 전문 강사인 이순전(41·여) 씨로부터 특별 지도를 받는다.

인천 시내 3개 초등학교에서 플루트 강의를 하는 이 씨는 강사료를 받지 않고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김 교사는 “아침 자습시간이나 오후 방과 후 수업에 앞서 틈틈이 연주를 하는 통에 악기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며 “이제 장기자랑시간에 노래 보다 연주 실력을 더 뽐내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여름방학인 8월에 부모를 모시고 ‘작은 음악회’를 연 뒤 가을에 발표회를 갖기로 했다.

이 학교는 올해 ‘방과 후 학교수업’ 시범학교로 지정돼 컴퓨터, 육상, 풍선 아트 등 23개 프로그램을 학생에게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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