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구 초량동(초량 텍사스)은 밀수, 마약, 총기 매매 등을 일삼는 러시아 마피아의 안마당이 됐다. 이들에 의한 국제범죄가 늘면서 수사당국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 마피아 조직 간 암투 치열 ▼
해양경찰청은 부산에서 테마기획 수사를 벌이고 있다. 부산해양경찰서는 6월30일까지 국제 성(性) 범죄를 비롯해 총기류 밀반입 및 여권 위·변조, 수입수산물 원산지 허위표시, 가짜담배와 면세담배 불법유통, 밀입국, 밀수, 마약을 집중 단속한다.
5월5일 오후 4시 초량텍사스. 험악한 인상의 러시아인들이 삼삼오오 오간다. 러시아제 총기가 200~600달러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상인들은 “권총은 물론 마약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초량텍사스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무용수는 500여 명. 텍사스촌 유흥업소의 일부는 마피아가 직접 경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을 비롯해 전국 나이트클럽 무용수들을 마피아가 국내 폭력조직을 통해 공급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극동지역 마피아들의 주업은 ‘생선 장사’와 ‘여자 장사’다.
총기 밀매는 야쿠트파 같은 큰 조직이 아니라 수산업 이권에서 밀려난 소규모 마피아 조직의 몫이라고 한다. 극동 마피아의 대표선수 격인 ‘목재 마피아’와 ‘수산 마피아’는 푼돈 장사를 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것.
부산의 정보원에게서 권총을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오퍼상 두 곳을 소개받았다. 러시아산 권총뿐 아니라 불가리아산 나무총과 플라스틱총도 유통되고 있다는 게 이 정보원의 주장이다.
“권총을 사고 싶은데요.”
단속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어수룩하게 보인 탓일까? 국제시장 인근의 K상사에서 총을 사고 싶다고 하자 ‘애들은 가라’는 표정의 웃음이 돌아왔다. 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공기총을 거간한다는 심부름센터는 문을 닫아놓고 있었다.
5월6일 오후 부산 국제시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황금연휴를 맞아 부산을 찾은 일본인도 많았다. 수사당국의 집중단속 기간임에도 국제시장은 밀수품의 천국이었다.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고급 양주를 판매하는 상점이 성업 중이었고, 유명 브랜드의 모조품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가짜 혹은 면세담배도 시장 곳곳에서 유통됐다. 마일드세븐 등 외국 브랜드 담배는 2만원(1보루), 국산 담배 심플은 1만8000원(1보루)이면 살 수 있으니 잘 팔리는 것은 당연하다.
“면세담배는 대부분 러시아에서 들어온 것이다. 러시아 건달이나 선원들이 담배로 돈을 번다. 가짜담배는 없다.”(국제시장의 한 상인)
부산항을 통해 들어온 이들 불법담배도 러시아 마피아와 관련돼 있다. 부산 지역 항만과 수리조선소 등에는 하루 평균 70∼80척의 러시아 선박이 정박하고 있는데, 수산물을 싣고 러시아를 오가는 화물선 지분의 20~30%는 이들 마피아가 쥐고 있다. 러시아 극동지역의 수산물 유통 회사의 상당수도 마피아 소유다. 블라디보스토크 항은 위조담배의 전 세계적 핵심 유통 경로인데, 이들 항구를 장악하고 있는 것도 마피아다.
▼ 2003년엔 마피아 보스 저격당하기도 ▼
러시아 마피아의 존재가 일반에게 알려진 것은 2003년 4월 마피아 보스 나우모프가 부산에서 권총에 저격당해 사망하면서다. 나우모프는 칠성파 조직원의 친형과 회사를 세운 야쿠트파의 두목이었다. 국정원에 따르면 야쿠트파는 나우모프 사망 후 러시아인 C 씨가 부산의 보스 자리를 차지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부산에서 가장 파워 있는 마피아 조직은 마가파라고 한다. 마가파는 야쿠트파를 배신하고 떨어져나온 키티노프가 세운 조직으로, 현재 야쿠트파와 세력 다툼을 벌이고 있다. 국정원이 지난해 마가파 두목인 키티노프의 입국을 불허하는 조처를 해 키티노프는 부산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부산=주간동아 송홍근기자
**이 기사는 지금 발매중인 시사주간지 주간동아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전문은 주간동아 536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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