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교도관에 의한 성폭력도 만만찮아”

  • 입력 2006년 5월 17일 19시 25분


교도소 여성 재소자에 대한 성폭력이 남자 교도관뿐 아니라 여자 교도관에 의해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월 서울구치소에서 남자 교도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자살한 K씨 사건을 계기로 청주여자교도소 등 여성 교정시설 5곳의 재소자 969명을 방문해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17일 밝혔다.

인권위의 설문에 응한 732명 가운데 143명(20%)이 교도소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나 성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들이 지적한 성폭력은 음담패설(21명), 신체에 대한 놀림(14명), 신체적 접촉(13명), 치근덕거림(4명), 포옹이나 키스(1명), 기타(25명) 등 이었다.

'누구한테 성폭력을 당했느냐'는 질문에 응답한 110명 가운데 60명(55%)이 여자 교도관을들었다. 이어 동료 수용자 21명(19%), 남자교도관 11명(10%), 기타 18명(16%) 등의 순이었다.

인권위는 "조사 대상자 가운데 331명이 '신체검사 때 성적 수치심을 느낀 적이 있다'고 대답하는 능 교도소 입소 시 신체검사에서 성폭력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여성 재소자의 신체검사는 여자 교도관이 맡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신체검사가 정해진 장소가 아닌 사무실 등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으며 교도관들이 재소자에게 옷을 전부 벗도록 지시한 뒤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게하고 생리 기간에 생리대까지 상세히 검사하는 등 인권침해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K씨 사건 이후 법무부가 여자 교도관 수를 늘리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는 데 조사 결과 교정시설 성폭력은 동성 교도관이 많아진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여성 재소자 인권개선을 위해 법무부 장관에게 △여성 교도관 인권교육 확대 △성폭력 피해자가 자유롭게 상담할 수 있는 여건 마련 △입소시 신체검사 개선 △여성 수용자의 임신, 출산, 육아에 관련된 제도 보완 등을 제안했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