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들어가 ‘어영부영’ 3년을 보내고 군대를 갔다 오니 어느새 25세. 성적표에는 ‘펑크 난’ 학점이 가득했고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에 앞날은 캄캄했다. 그는 이때부터 ‘장수(長壽) 대학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 ‘대학 5년생’에서 ‘대학 6년생’으로
김 씨는 휴학과 복학을 반복했고 올해 8월, 마침내 그는 졸업을 앞두고 있다. 군대생활을 제외하고도 무려 7년 동안 대학을 다닌 셈이다.
김 씨처럼 6, 7년간 대학을 다니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도 극심한 취업난 때문에 졸업을 미룬다는 의미로 ‘대학 5년생’이란 말이 유행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기간이 평균 1년이나 더 늘어났다.
17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1997∼2005년 4년제 대학 졸업자 23만250명을 대상으로 대학 입학에서 졸업까지 걸리는 기간을 조사한 결과, 2005년 졸업자의 재학기간은 평균 5년 11개월이었다. 남자는 7년이나 됐다. 여자는 4년 7개월.
남녀의 평균 재학기간 5년 11개월은 1997년 졸업자(5년 4개월)보다 7개월이 늘어난 것이다.
○ 원인은 취업난과 기업의 졸업연도 제한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실직자가 되는 것보다 학생 신분을 유지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게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엔 다른 이유가 생겼다. 채용 시 연령 제한을 없애는 기업은 늘고 있지만 졸업연도를 제한하는 기업이 생겨나고 있는 것. 기업이 오랫동안 여러 번 취업에 도전하는 ‘취업 재수생’ 채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최근 10년간 고작 50∼60%대. 졸업과 동시에 ‘백수’가 되는 대학생도 많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대학생도 많은 게 요즘 캠퍼스의 현실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주요 대기업 직원 평균 근속연수(단위: 년) | ||
기업 | 근속연수 | |
현대중공업 | 18.3 | |
포스코 | 18.1 | |
KT | 18.0 | |
SC제일은행 | 17.4 | |
한국전력공사 | 17.2 | |
여천엔씨씨 | 16.9 | |
조흥은행(구) | 16.6 | |
우리은행 | 16.2 | |
국민은행 | 16.1 | |
대우조선해양 | 16.0 | |
한국서부발전 | 16.0 | |
현대자동차 | 14.2 | |
삼성생명 | 10.8 | |
LG전자 | 7.1 | |
삼성전자 | 6.0 | |
자료: 잡코리아 |
국내 대기업들의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10년 남짓인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가 17일 금융감독원에 2005년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중 84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0.9년인 것으로 집계됐다.
남성 직원들은 11.4년으로 여성 직원(6.7년)에 비해 4.7년가량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이 가장 오래 근무하는 기업은 현대중공업으로 평균 18.3년이었다. 이어 △포스코 18.1년 △KT 18.0년 △SC제일은행 17.4년 △한국전력공사 17.2년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매출액 순위 1위인 삼성전자의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6.0년으로 비교적 짧았으나 2위인 현대자동차는 두 배를 넘는 14.2년이었다.
여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가장 긴 기업은 KT로 15.7년이었다. 다음은 △국민은행 14.1년 △우리은행 13.2년 등으로 주로 금융권 기업에서 여직원들이 상대적으로 오래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 대상 대기업들의 여직원 비율은 평균 22.6%였다.
여직원 비율이 높은 기업으로는 LG카드가 63.3%로 1위였다. 이어 △롯데쇼핑 60.7% △CJ푸드시스템 57.2% △신세계 54.3% △아시아나항공 53.4% △하이닉스반도체 50.9% 등의 순이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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