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차 또… 유모차 매단 채 25m 달려

  • 입력 2006년 5월 18일 03시 00분


갓난아기를 태운 유모차가 전동차 문틈에 끼여 30m 가까이 끌려가다 시민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참사를 면했다.

17일 낮 12시 50분경 서울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에서 “아기 살려! 사람 살려!”라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으로 가려던 정보기술(IT) 보안업체 영업과장인 이정민(32·서울 양천구 목동) 씨가 고개를 돌려보니 반대 방향인 방화행 전동차가 출발하는 순간 뒤쪽 문틈에 유모차 앞바퀴가 매달려 있었다.

30대로 보이는 아기 아빠는 전동차를 따라가며 아기를 유모차에서 빼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먼저 전동차에 올라탄 엄마는 전동차 안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전동차는 점점 빨라졌고 10m 정도 끌려가던 아기 아빠도 끝내 아기를 꺼내지 못한 채 유모차에서 떨어졌다. 아기를 태운 유모차는 안전을 위해 승강장에 설치된 안전벽에 계속 부딪혔다.

이 씨는 전동차 앞쪽으로 뛰어가면서 “세워, 세워”라고 외치며 손바닥으로 전동차를 두드렸다. 전동차는 25m를 가다 멈췄다.

15개월 된 아기는 유모차 기둥에 여러 번 부딪혀 머리에 멍이 들었지만 크게 다치지 않았다.

이 씨는 “누구나 그 자리에 있었으면 당연히 했을 일”이라며 손이 긁히고 허리가 삐끗해 물리치료를 받아야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0일에도 지하철 3호선 양재역에서 유모차가 낀 것을 전동차 센서가 인식하지 못해 생후 1년 된 아이가 크게 다쳤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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