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자 호적정정 최초 대법원 심문

  • 입력 2006년 5월 18일 17시 55분


성(性)전환자(트랜스젠더)에게 호적의 성별 변경을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대법원이 처음으로 의학계와 종교계 전문가를 불러 의견을 들었다. 성전화자는 자신이 스스로 느끼는 사회적 성(gender)에 따라 자신의 생물학적 성(sex)을 바꾼 사람들을 일컫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지형·金知衡 대법관)는 18일 수술을 받아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을 바꾼 50대 A 씨가 "호적의 성별을 바꿔 달라"며 낸 신청과 관련해 이무상(李武相) 연세대 의대 비교기과 교수와 박영률(朴榮律·국가발전기독연구원장) 목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비공개 심문을 가졌다.

이 교수는 "성전환을 태생적인 질환으로 인정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염색체 검사로 성별을 판정하는 것이 부정확하다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단하기 쉽지는 않지만 성전환증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그래야 불법적인 수술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고 당사자나 의사, 법관 등 관계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양승태(梁承泰) 대법관은 수술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애초의 성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 사례가 있는지를 물었다.

이 교수는 "진단이 정확하지 않았던 초기에는 그런 사례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사례를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외국의 통계에 따르면 수술한 뒤 5년이면 새로운 성에 따른 성격이 안정되고 특히 범죄자는 성전환 수술을 뒤 80%가 범죄에서 벗어난다는 통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손지열(孫智烈) 대법관은 "대개 당사자가 먼저 수술을 받은 뒤 법적인 판단을 구하는데 앞으로는 법적인 판단을 받은 뒤 수술하는 것이 옳은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 교수는 "정신과 의사의 진단을 받은 뒤 법원에서 성전환을 결정하면 수술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박 목사는 성은 창조자의 권한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성과 생명의 문제는 창조자의 권한"이라며 "창조자는 어느 누구도 인위적으로 성을 바꾸도록 허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성전환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수술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하다"면서 "성전환 수술은 성형수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김영란(金英蘭) 대법관은 박 목사에게 "호적 정정 신청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정신적으로 치료가 안 된다는 판단을 받은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더 치료를 받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해 물었다.

박 목사는 "이들에게 치료를 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A 씨 사건을 비롯해 현재 계류 중인 3건의 사건에 대해 이르면 다음 달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법원이 성전환에 대해 판결을 내린 적은 있지만 대법원이 성전환자의 호적 정정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이 사건은 최초의 판례를 남길 전망이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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