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33) 씨는 2004년 K(당시 29세) 씨와 이혼한 뒤 사실상 부부로 지내다 지난해 3월 L 씨의 사생활 문제로 다퉜다.
지난해 3월 두 사람이 함께 차를 타고 가다 한강 다리에 이르자 K 씨가 자살하겠다고 말했다. K 씨는 L 씨의 설득 끝에 “당장 차에서 내리면 나도 자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고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
그러나 K 씨는 갑자기 “미안해”라고 말한 뒤 한강으로 뛰어내렸다. L 씨는 신고 등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K 씨가 뛰어내린 자리에서 30여 분간 울고만 있었다.
L 씨는 자신도 유서를 쓴 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따라 죽겠다”고 했지만 L 씨의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해 체포됐다.
L 씨는 이미 자살의사를 밝힌 K 씨의 투신을 방치하고 아무런 구호조치도 취하지 않은 혐의(자살방조)로 기소됐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김용호·金容鎬)는 “피고인의 전처가 자살하지 않겠다는 다짐까지 했기 때문에 자살을 방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에 자포자기 상태에서 자신도 목숨을 끊을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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