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할 만도 하다. 그는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봉사’ 자만 붙으면 무조건 손을 들고 나선다.
본인 스스로의 삶을 봉사활동에 투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이 경제교실, 사랑의 장바구니 운동, 보육원 어린이 지도, 미술 지도 등 참여하는 활동 종류도 다양하다. 주말까지 포함해 한 달에 60시간 가까이를 봉사활동에 할애하고 있을 정도다.
이 과장이 봉사활동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 시절. 누나의 권유로 수화를 배우며 청각장애인을 돕기 시작했다.
“당시 수화를 가르치던 선생님께서는 수화보다 장애인에게 마음을 먼저 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저는 지금도 그 말씀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삼성생명 입사 후 일에 파묻혀 살다가 다시 봉사에 뛰어든 것은 2004년 자산운용팀 ‘봉사 리더’가 되면서부터. 당시 회사의 특성에 맞는 봉사활동을 찾기 위해 고민하던 그는 불우한 어린이들에게 경제교육을 받을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우선 7개 보육기관의 초등학생 120명을 초대해 ‘삼성생명과 함께하는 경제교실’을 열었다.
“경제교실을 운영하면서 보육원 어린이들의 생활 수준이 얼마나 열악한지 절감하게 됐습니다. 자칫하면 주변의 다른 친구에 비해 어려운 본인의 처지를 비관할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사랑의 장보기’다. 보육원 아이들이 직접 할인마트에 가서 정해진 예산으로 재료를 구입해 다른 사람을 위해 음식도 직접 만들어 보도록 한 것이다.
아이들은 직접 고른 재료로 스파게티, 김치볶음밥, 유부초밥, 비빔밥 등의 다양한 메뉴를 준비했고, 봉사활동을 나간 임직원들은 아이들이 준비한 성찬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음식을 만드는 아이들과 참여한 삼성생명 임직원 모두 어찌나 즐거워했던지…. 그때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나눌수록 사랑이 커진다는 사실을….”
이 과장은 “봉사활동은 이벤트가 아니라 생활”이라고 말한다. 무엇을 위해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 자체가 생활 속에 있어야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는 뜻이다.
봉사가 생활이 되려면 당연히 가족의 참여가 필요하다. 그래서 가족에게도 ‘봉사 바이러스’를 감염시키기로 했다. 처음에는 불만을 표했던 아내도 요즘은 그보다 더 열성적이다.
4월부터 매달 한 차례 보육원 어린이를 집에 데려와 잠을 재우고 다음 날에는 온 가족과 함께 에버랜드로 여행을 떠난다. 무엇보다 아들인 용재(9) 군과 딸 유림(7) 양이 친형제처럼 어울려 흐뭇하다.
“우리 아이들이 아직 봉사라는 개념을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지금의 체험이 교훈이 돼 커서 어려운 이웃에 더 베풀 수 있다면 얼마나 큰 보람을 느끼겠어요. 저는 봉사정신 하나만 아이들에게 물려줘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또 매달 한번씩 보육원 아이들에게 좋은 영화 DVD를 보여 주고 감상문을 쓰도록 하고 있다. 질 높은 문화생활을 체험하도록 해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아이들이 감상문을 써 오면 직접 읽어 본 뒤 칭찬을 해 주고 학용품도 상품으로 준다.
다음 달부터는 피아노를 전공한 아내와 함께 보육원 어린이들에게 음악도 가르칠 계획이다. 이 참에 대학 때 갈고 닦은 기타 실력도 아이들 앞에서 뽐내 볼 생각이다.
동료들은 이 과장이 봉사에 ‘미쳐 있는’ 데는 남이 모르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봉사요? 봉사를 ‘봉사’로 생각하는 순간 더는 봉사가 아닙니다. 남을 돕는 일이 스스로에게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지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어요. 봉사는 어쩌면 참여하는 사람에게 더 의미 있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글=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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