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현대차 직원 한달에 한번 복지원 방문 목욕봉사

  • 입력 2006년 5월 22일 02시 59분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의 한 직원이 경기 화성시 엘림교회 복지원에서 지내는 할아버지를 씻겨드리고 있다. 연구소 직원들은 매달 한 번씩 복지원을 찾아 정신지체장애를 겪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청년 등을 목욕시켜 주거나 함께 나들이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의 한 직원이 경기 화성시 엘림교회 복지원에서 지내는 할아버지를 씻겨드리고 있다. 연구소 직원들은 매달 한 번씩 복지원을 찾아 정신지체장애를 겪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청년 등을 목욕시켜 주거나 함께 나들이를 하고 있다.
“할아버지, 겨드랑이 닦아야 하니까 팔을 위로 올리셔야 하거든요. 제가 잡아드릴게요.”

경기 화성시 엘림교회 복지원에는 한 달에 한 번 작은 이벤트가 열린다.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직원들이 방문해 정신지체장애가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청년 등을 목욕시켜 준다.

지난달에는 인근 온천에서 함께 목욕했다.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푹 담그고 이곳저곳 깨끗하게 닦은 이들은 매끈하게 빛나는 얼굴로 활짝 웃었다.

늘 사람이 그리운 이들은 현대차 직원들의 방문을 손꼽아 기다린다.

연구소 직원들이 엘림교회 복지원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4년 3월.

복지원에 목욕 시설이 제대로 없는 데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씻기가 어려운 이들을 보고 직접 목욕을 시켜 주기로 했다. 목욕은 버스를 타고가 인근 목욕탕에서 한다.

연구소에는 사업부별로 10개 봉사단이 조직돼 인근 지역 12개 복지시설과 결연을 맺고 지속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오랜만의 목욕, 진짜 개운해요”

직원 3, 4명이 한 조가 돼 1명씩 씻겨 주지만, 처음에는 일이 익숙하지 않아 애를 많이 먹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기도 했다.

목욕하는 데 익숙하지 못한 장애인들이 탕 안에 들어가는 것을 무서워하거나 잘못해서 물에 빠지기도 했다. 잠깐 한눈판 사이에 다른 곳으로 가 버려 직원들이 깜짝 놀라 찾으러 다닌 적도 있었다. 대부분 기저귀를 차고 생활하는 까닭에 목욕탕에서 ‘실례’를 해 뒤처리를 하느라 고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목욕 횟수가 늘어나면서 장애인들도 점점 목욕에 익숙해졌다. 직원들도 이들이 탕에 들어갈 때 의자를 받쳐 주는 등 하나씩 방법을 터득해 나갔다.

옷을 입고 벗는 것까지 포함해 한 번 목욕하는데는 두 시간에서 두 시간 반 정도 걸린다.

목욕이 끝나면 몇몇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자식이 있어도, 이렇게 안 씻어주는데…”라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한다.

연구개발기획팀 서대수 차장은 “목욕 후에 개운해하며 기분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점차 이 일에 ‘중독’되고 있다”며 “가끔 다른 일 때문에 못 가는 경우에는 마음이 허전해질 정도”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목욕 외에도 프로그램을 다양화해 서울대공원이나 에버랜드, 한국민속촌, 바닷가 등으로 함께 나들이를 가기도 한다.

지난해 11월에는 김장김치 1000포기를 직접 담갔다.

○ “가족처럼 정 나누지요”

시간이 흐르면서 직원들과 장애인들 간에는 새록새록 정이 쌓이고 있다.

목욕탕을 오가는 버스 안에서도 가족 이야기, 고향 이야기 등을 나눈다.

함께 시간을 보낸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직원들은 가슴 아파하기도 한다.

특히 복지원에 살고 있는 30대 중반의 ‘승길이’는 서 차장을 ‘아빠’라고 부른다.

매달 서 차장이 찾아올 때면 단숨에 달려 나간다. 헤어질 때는 “다음에 언제 와”라고 물으며 못내 아쉬운 기색이 역력하다.

연구개발기획팀 이우성 씨는 “나들이나 목욕 후에 손뼉을 짝짝 치며 ‘좋아 좋아’라며 활짝 웃고 ‘다음에 또 가자’며 손을 잡아끄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 씨는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복지원 가족들과 계속 만나면서 빈말이 아니라 이제는 한식구처럼 느껴진다”며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게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처음 복지원을 찾았을 때 직원들은 “이곳에서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말벗이 돼 주는 것’.

지금 직원들은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기쁨을 주는 ‘가족’이 돼 가고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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